이재욱 발행인

이재욱 발행인
올해는 늦게까지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8월도 중반이 넘어섰는데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전국을 강타. 유례없이 긴 장마가 오더니 뒤따라서 뜨거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장마가 남북을 오르내리면서 폭우를 뿌린거나 최근의 폭염도 모두 정상적인 기상상황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후온난화의 한 편린으로 해석한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구청청사와 관공서 등 공공건물의 적정 냉방온도(여름철 섭씨 27도 이상)를 조사한 결과 10곳 가운데 7곳이 규정된 냉방온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10곳 중 3곳은 점심시간에도 빈 사무실에 전등에 켜둔 상태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에너지절약이 제5의 에너지라며 에너지 절약을 목청이 터지라 외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오불관언이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에너지관리공단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말 서울시내 주요 건물과 지하철 등 225곳의 냉방온도를 조사한 결과 적정 냉방온도를 지키는 곳은 37%인 83곳에 불과. 정부는 국무총리 지침으로 공공기관은 여름철 냉방온도를 27도로 규정하고 있고 민간 상업용건물은 26도로 권고하고 있다.

이같은 냉방온도의 준수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전국에 수없이 산재해 있는 공공건물과 민간 건물을 정부가 일일이 점검할 수야 없지 않은가. 스스로 적정 냉방온도를 지키고 겨울철에는 다소 춥더라도 내복입기 등으로 난방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높은 국민적 수준이 선행되어야 한다.

누가 앞장서기보다 모두가 에너지절약에 대한 의식이 체화되지 않고선 쉽게 정착하기 힘들다. 자율로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강제적인 수단 중에 가장 큰 효과가 있는 것이 가격 기능이지만 냉반방 온도 문제는 가격 기능으로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라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여름은 더운 만큼 땀을 흘리는 등 다소 덥게 지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겨울철 또한 춥게 지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적정온도 이상의 과도한 냉난방으로 인한 손실 및 가정과 사무실에서의 에너지 낭비로 연간 1조5700억원의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불과 3~4%.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에너지는 물 쓰듯 펑펑 쓰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때로는 원칙이 없다. 공무원에 대한 자동차 사용제한으로 2부제를 지난달까지 시행해 왔다. 그러나 올들어 국제원유값이 내려가자 다시 종전 5부제로 슬며시 돌아섰다. 조금이라도 불편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좀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아울러 한번 시행된 정책은 진득하게 운영되어야만 장기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공공건물의 에너지절약 의식 미약도 결국은 이런 일련의 분위기와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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