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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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면서 기름값 논란에 불이 붙었다. 언론이 앞장서서 국내 유가가 너무 높다고 호들갑이다. 심지어는 기름값에 붙어있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대중에 영합하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다.

기름값 논란은 요란하지만 정부는 입이 없다. 조세정책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나 정유산업을 맡는 지식경제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왜 정부는 당당하지 못한가. 당당하지 못할 입장이라면 기름값에 붙어 있는 세금을 내려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러나 기름값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옳다면 정면으로 나서서 국민에게 그 이유를 설파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름값 구조는 정유회사의 제조원가에 교통세를 비롯한 환경세와 부가세 등이 붙어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쉽게 걷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다. 에너지의 자급자족 지표를 보여주는 자주개발률이 겨우 3%. 원유를 수입하는 데 쓴 외화만도 지난해 기준으로 1415억달러.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합쳐도 이에 미치지 못한다.

바로 이같은 여건 때문에 기름값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수요를 억제하자는 정책의도가 들어 있다. 툭하면 우리나라의 휘발유가격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5번째라는 수치가 들먹여진다. 이렇게 비싼 기름값인데도 국민의 체감은 그게 아니다.

지금도 홀로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우리보다 잘 사는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 가보면 대중 교통수단과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나라는 기름값이 저들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고 소득도 낮은데 자동차를 더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기름값을 줄이자고 목청을 높여도 먹히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기름값에 붙어 있는 세금을 줄이자고 난리법석이다.
조금만 이성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세금을 줄이기는커녕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답이다. 가격만이 수요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이처럼 논리가 정연한데도 정부 어느 부처도 앞에 나서서 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미국이 낮은 휘발유 가격정책을 펴옴으로써 결국 중동 산유국의 노예가 됐다”고 지적한다. 이미 검증된 사실이라면 똑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물론 정유사나 유통과정에서의 폭리 등은 당연히 뿌리뽑아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공정 거래도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휘발유에 붙어 있는 세금이 마치 죄악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된다. 다만 높은 기름값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보상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보다 당당하게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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