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산업화추진기구(REPO)' 설립 논의 재부상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일본에는 NEDO(신에너지사업기술종합개발기구)가 있고, 미국엔 NETL(국립에너지기술연구원)이 있다. 우리도 신재생에너지 산업화를 위해 막강한 전담기구 하나쯤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 新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이명박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산업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녹색일자리를 만들고 나아가 신재생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화는 정작 그 주체가 모호하고, 이러한 목표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이끌어 나갈 구심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R&D는 에너지기술평가원, 정책기획과 집행·관리는 지식경제부와 신재생에너지센터, 일부 산업화는 민간산업의 몫이라는 묵계가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산업화촉진방안연구용역'을 의뢰받은 한 민간연구소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체 비전과 자원 및 인력배분에 대한 최적구도(Mix)를 도출할 가칭 '신재생에너지산업화추진기구(REPO)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과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국판 NEDO' 설립 제의 있었다 = 27일 지식경제부와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산업화 연구용역에 대한 최종용역안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일본 NEDO의 위상과 기능에 필적할 만한 REPO(Renewable Energy Promotion Organizatiom)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이 용역안은 별도의 후속보고 없이 국회 기록용으로 넘겨져 그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었다. 지난해 9월 보고회 성격의 공청회를 연 자리에서 정부 측이 "향후 포트폴리오를 보강해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SERI는 이 최종용역안에서 "태양광, 풍력, 수소ㆍ연료전지 등 3개 사업단이 운영돼 왔지만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운영체가 없어 경쟁과 협력의 조화가 미흡했다"며 "신재생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 사업화, 민간기업 및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연계를 총괄 담당하는 REPO를 설립·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용역안에서 권고된 가칭 '신재생에너지산업진흥기구(repo)' 조직도. seri는 이 보고서에서 기존 신재생에너지센터 인력을 흡수한 형태로 최대 300명의 최고급 인력으로 구성된 새로운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원 측이 추정한 개원 최초 5년간의 인건비는 768억원 수준이다.

또 REPO를 설립한다면 ▶정보·지식의 허브로 국내외 최신기술 및 기업 동향과 주요국의 정책변화 흐름 등을 수집·분석하고 ▶급변하는 산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중장기 성장 로드맵과 선제적 육성 전략을 수립하며 ▶국가적 역점사업을 위한 재원확보와 집행, 평가하는 기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SERI는 에너지관리공단(이하 에관공) 산하 신재생에너지센터의 인력 70여명(현재는 60여명)을 포함, 최대 300여명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로서 REPO를 발족하되,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체를 조감할 수 있고 산업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들로 이 기관이 구성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SERI가 이처럼 별도조직 설립을 강조한 것은 이 기관이 에관공 산하에 설치될 경우 공단의 기존 역할 및 기능이 함몰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산업화 전력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을 기자로부터 전해 들은 학계 한 관계자는 "산업화추진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목적과 타당성이 충분해 보이는 이런 논의가 여지껏 한번도 공론화되지 못했는지는 의아할 뿐"이라고 반문했다.

◆REPO 설립 명분 여전히 '유효' = 물론 SERI 측이 용역안에서 권고안으로 제시한 REPO의 틀과 구성은 에너지 R&D 기획·평가 기능을 전담할 목적으로 앞서 출범한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진용이 재정비된 현 상황에 비쳐볼 때 한 박자 시기를 놓친 감이 없지 않다.

현재 에기평 2기 체제를 이끌고 있는 이준현 원장은 일본 NEDO를 에기평의 롤모델로 삼아 기존 R&D 기획·평가는 물론 민간기관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상업화와 산업화까지 관장하는 기술혁신형 기관으로 에기평의 위상을 강화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따라서 에기평 입장에서의 REPO 설립 논의는 'R&D 총괄기구'라는 기존 테두리로 에기평 기능을 한정하라는 '불손한 언행'으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흡수하는 형태의 독립기구로 REPO가 설립돼야 한다는 SERI의 권고안은 에관공 입장에서도 수족 일부를 내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기 쉽다.

만약 설립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이들 두 기관의 완강한 저항은 불 보듯 뻔한 결과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산업화의 주체가 될 산업계는 신재생산업화추진기구의 설립 명분은 여전히 유효하며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이같은 기관의 설립ㆍ운영이 검토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신재생에너지 R&D과제를 수행중인 C사 관계자는 "지경부, 에기평, 에관공, 센터 등이 제한된 고유업무를 수행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업계와 긴밀히 호흡을 맞춰 실질적 산업화를 이룬다는 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면서 "길게 볼 때 전담기관 발족은 설득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풍력업계 사업자도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소통하다보면 항상 시장현실과 변화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탁상공론에 갇혀 있는 데다 정책 일관성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아왔다"면서 "민간과 밀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독립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한다"고 의견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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