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위원장

양춘승 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얼마 전 영국의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서 2009년도 Global 500 보고서를 발표했다. 총 55조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475개 투자기관을 대신해 기업의 온실가스 관련 경영 현황을 묻는 CDP는 2003년 시작, 올해 7년째로 3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보 공개를 요구해 그 중 세계 500대 기업의 응답 내용을 분석한 Global 500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기문 UN 총장의 축하 메시지로 시작되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전력이나 에너지 부문 이외에 의외로 금융 부문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요인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HSBC는 자체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주요국의 기후변화 관련 예산이 총 4300억달러인데 이를 잘 활용하는 자는 큰 이득을 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온실가스 배출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기후변화를 둘러싼 금융 환경의 변화가 금융계의 위기로 등장할 수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두 번째 눈에 띄는 점은 이른 바 ‘공급사슬(supply chai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실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모기업만의 일이 아니라 그에게 부품이나 원료를 공급하는 하청업체의 일이라는 인식 하에 공급사슬의 온실가스 관리 현황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이 55개로 늘어났고 이들에게 납품하는 회사의 수도 800여개로 증가하고 있다.
또 하나 올해 특기할 만한 일은 온실가스 회계 국제 기준이 개발돼 이번 코펜하겐 회의의 채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CDP가 다보스 포럼 등과 공동으로 만든 ‘기후정보표준화위원회(the Climate Disclosure Standards Board, CDSB)'에서 온실가스 배출 정보 공개의 표준화된 양식을 개발하여 모든 기업들의 온실가스 회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50대 기업에 대하여 ‘기후정보공개리더십지수(climate disclosure leadership index, CDLI)’를 부문별로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정보통신 부문의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를 중심으로 ‘CDP한국위원회‘가 구성되어 독자적인 탄소정보공개를 수행했고 올해는 KRX100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는 28일 CDP 한국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인데 비록 Global 500에 비해서는 아직 응답률이나 응답 내용에서 뒤지나 아시아에서는 우수한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전기전자 부문의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또 금융권의 참여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건설 등 몇 부문의 비협조가 우리를 슬프게 했는데 과연 한국의 건설 기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역이 될 준비가 됐는지 의심스럽다.
Global 500기업의 총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은 연간 36억 CO₂톤으로 세계 총 배출량의 11.5%에 해당된다고 한다. CDP는 이런 기업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개와 배출 감축 노력을 평가해 투자자의 투자 결정과 정부 당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겐 질 좋은 투자가 이루어지게 해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가져오는 민간 이니셔티브다.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세계의 질 좋은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몰려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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