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는 17~45% 실제로는 최하 0%
"코펜하겐 주도권 경쟁 위한 선전포고용"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다음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약 열흘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탄소 저감 목표량을 밝혀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번 기후변화 논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나타낸 것은 처음이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17%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7일부터 18일까지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회의에 9일 하루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이튿날인 26일 중국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최대 45%까지 줄이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중국은 감축량을 국가에서 배출하는 모든 배출량이 아닌, 국내총생산(GDP)당 배출량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투자자ㆍ환경론자들 '환영'

UN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발표된 이번 미국과 중국의 탄소저감 발표에 금융 투자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1250억달러(약 144조6250억원)의 탄소시장에서 더 엄격한 탄소저감 목표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출 허가권의 수요를 더 높이기 위해서다.

에너지 회사들도 탄소가격 등 배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펜하겐 회의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미국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탄소저감 목표량을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산업부문의 탄소 배출을 늦추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비록 미국의 목표가 이미 예상된 수치인 데다 1990년대 UN 유럽연합이 발표한 목표량보다 한참 떨어지지만 이번 제안을 환영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환경투자 그룹인 클라이밋 체인지 캐피탈의 제임스 카메론 부회장은 "코펜하겐에서 협력적인 동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더 큰 저탄소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150억달러(약 17조3550억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회사다.

뉴에너지 파이낸스도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굉장히 긍정적인' 전진으로 평가했다. 회사는 2010년 청정에너지 분야의 투자가 최고를 기록하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 회사의 마이클 리브레히 회장은 "2000억달러(약 231조4000억원) 시장을 전망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약 1250억달러 상당의 투자보다 더 높은 1600억달러(약 185조1200억원)에서 2000억달러의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美 저감량은 이미 예상한 규모"

도이치 뱅크의 마크 루이스는 "미국 정부가 말하는 모든 것은 하원에서 이미 통과된 내용"이라며 "주목할 만한 획기적인 제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제퍼리 뱅크의 마이클 맥나마라는 "그들이 어떻게 배출량을 줄일 것인지 아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탄소저감 목표는 의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에서의 법안 통과를 늦추고 있는 상태다.

호주 상원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기 법안에 대한 투표가 미뤄지고 있다. 법안에는 탄소저감 목표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탄소저감 계획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클라이매잇 체인지 컨설턴사의 머레이 와드는 "호주와 뉴질랜드 의회에서 보여준 이번 기후법안은 비타협적 당파 정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뉴질랜드는 25일 가까스로 배출거래계획을 통과시켰다)

그는 "미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며 "이는 법안이 불가피하게 합의되어야 한다는 징조로 보여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도 파격적인 목표를 발표했으나 경제활동의 위안(元)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는 한계를 지었다. 이에 대해 기후변화 캠페인 기구인 샌드백의 브라이어니 워싱턴 창립자이자 국장은 "중국의 약속은 사실상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2020년 배출하는 양보다 0~12% 감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현재보다 배출량이 40% 증가한 수치"라고 가디언지에 기고했다. 

그는 수년간 EU가 배출량을 줄이는 데 앞장서 왔다고 주장했지만, 정책을 실제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생에너지 전력 부문에 더 많은 투자가 몰리고 있으나 전체 에너지와 관련된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어니 국장은 미국과 중국의 감축 목표에 아쉬움이 있으나 "정책 변화가 투자를 촉진할 것이며 지난 이틀간 미국과 중국의 감축 발표가 환경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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