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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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 사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최 장관은 “그동안 에너지 요금 정책은 유가 변동에 따라 원칙 없는 냉온탕식 접근을 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에너지 가격체계를 바꿀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 없이는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원가를 반영하는 에너지 가격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최 장관의 이같은 인식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한다.

특히 최 장관이 에너지 가격 현실화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는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실태조사를 통해 에너지 복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나선 것은 탁월한 접근방법으로 보인다. 가격은 현실화하되 그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는 계층은 따로 돕겠다는 것.

시장에서 가장 확실하게 기능하는 것은 돈이다. 비싸면 그만큼 아끼고 절약하게 되어 있다. 모든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가장 확실하게 움직이는 비방은 바로 가격 기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가정책이 항상 앞서면서 에너지 가격 체계는 그림자에 불과한 신세를 면치 못해 왔다. 물론 서민들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구조는 시장을 왜곡시킨다. 전기는 2차 에너지. 석탄이나 가스 등을 써서 생산하는 2차 에너지인 전기값이 원료값보다 저렴한 이상 구조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냉난방으로 1차 에너지보다 품질 좋고 편리한 전기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는 연탄을 때던 비닐하우스도 값싼 농사용 전기요금 때문에 전기로 바꾸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 정도면 이만저만한 뒤틀림이 아니다.

나아가서는 값싼 에너지 비용 때문에 공장이나 큰 건물 등도 에너지 효율개선에 대한 투자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전기값이 싸기 때문에 본전을 뽑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대형 공장이나 건물에 대한 에너지 진단사업을 벌이고 있다. 효율이 좋지 않은 시설은 정부가 돈을 대주면서까지 장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자기부담분만을 생각하고 선뜻 응하지 않는 게 사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6년(1982~2008년) 사이 소비자 물가가 221% 상승할 때 전기요금 상승률은 10%로 유지됐다. 그만큼 질 좋고 값싼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큰 역할을 했다. 반면에 에너지 요금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운용됨으로써 자원 배분 왜곡이 심화돼 왔다.

에너지 요금 정책은 지식경제부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의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최 장관은 관계부처의 수장들을 확실하게 설득함으로써 숙원 과제인 에너지 요금 현실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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