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국제협약에 신재생에너지 희비 엇갈려
美 '클라이맷 REDI'이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 가능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 15차 당사국 총회가 배출 저감이나 재정 지원금 마련 방안 등 알맹이가 빠진 합의를 도출하는 데 그치자 청정에너지 업계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번 협약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협정 결과에 대해 미국 언론들도 '실패작'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썩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번 협약이 결국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성장으로 이끄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한쪽에서 제시됐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는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이용을 촉구하는 700여개의 새로운 법안이 최근 통과됐다고 밝혔다. 코펜하겐 회의로 인해 생긴 법안들이 상당수다.

또 코펜하겐에서의 2주간의 마라톤 협상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채택을 위해 연 1000억달러(약 118조2000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미국과 중국, 브라질, 인도는 풍력과 태양력에 전폭적인 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향후 5년간 가장 많은 4540억달러(약 536조8096억원)를 투자하기로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인도의 수즐론은 2010년께 풍력 터빈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30억달러(약 62조6670억원) 풍력터빈 시장이 지구촌이 필요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만큼 재생에너지 채택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이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달 말까지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출하기로 해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클라이맷 REDI' 사업에 美 4000억원 투입 

코펜하겐 회의가 진행되던 중 개도국 협상자들은 선진국의 더 높은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며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경제 빈국을 위한 개발계획 등을 약속 받은 뒤 다시 회의장으로 복귀했다.

이때 미국 측이 새롭게 발표한 이니시어티브와 법안은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코펜하겐 컨퍼런스에서 3억5000만달러(약 4138억원)를 투입할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클라이맷 REDI'라고 불리는 이 국제적 협약 이니시어티브는 특히 선진국에서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산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고안됐다.

클라이맷 REDI (기후와 재생에너지, 고효율 확산 사업의 줄임말)는 ▶태양광 랜턴과 LED 전등 사업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등유 전등 교체 ▶최고효율 전자제품 확산 사업 ▶태양광과 풍력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마련된 청정에너지 정보 프로그램 등 4가지 주요 분야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추 장관은 이 사업에 미국이 최소 8500만달러(약 10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호주가 3000만달러(약 354억원), 이탈리아가 500만달러(약 59억원), 영국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나머지 일부 금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샌들로우 미 에너지부 차관은 "클라이맷 REDI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사람들의 소비를 절약하고 기근과 싸울 것이다"며 "현재 우리가 거래 중인 기후협약의 기술과 재정적 메카니즘을 보완하고 빠르게 착수할 수 있는 이니시어티브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측 수석 협상자인 라이람 라메쉬 인도 환경부 장관은 클라이맷 REDI의 자금이 인도가 태양광, 풍력, 소수력 사업을 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메쉬 장관은 "인도는 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 조제 분야의 선봉 역할을 했다"며 "향후 5년내 미국의 도움으로 인도가 저비용 재생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세계 리더가 되지 않으리라는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신재생에너지ㆍ탄소시장 미래 '암울'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제시됐지만, 코펜하겐 회의가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 전망을 안겨줬다는 회의론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BBC 뉴스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청정에너지의 확산이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이 규정되지 않아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앞둔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게 됐으며, 장기적인 관련 사업의 개발 의욕도 감퇴될 것으로 예상됐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기대했던 업계에서도 걱정이 쌓이고 있다.

더욱이 이달 말까지 제시될 각국의 온실가스 저감 계획이 법적 구속력을 갖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전력사들과 항공사들이 청정 기술을 도입하고 기술 업그레이드가 경제적으로 이득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 게 뻔하다고 BBC는 보도했다.

코펜하겐에서 읽혀진 분위기로는 각국의 배출 상한선도 회담 전에 논의됐던 수준보다 더 낮게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닉 로빈스 HSBC 관계자는 "확실하고 믿을 만한 정책적 신호를 원했던 투자자들에게 코펜하겐은 한 발 후퇴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탄소 시장의 미래도 암울하긴 마찬가지. 1997년 교토의정서는 지구촌 탄소 시장을 형성하고,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한 크레딧을 서구의 배출을 차감시키도록 거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에 의해 정해진 목표가 코펜하겐에서 갱신되지 못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청정에너지 사업에서 얻은 '크레딧'을 팔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도국과 탄소시장의 투자자들은 이미 탄소 배출권 시장의 폭락을 경험한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코펜하겐에서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기후적응과 이주를 돕기 위해 연 1000억달러 기금을 전달하기로 했으나, 이 중 절반은 시장을 통해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기금 조성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지원 '안개속'…국제적 수준 어렵지만 '국가적 수준' 지원은 활발

현재 청정에너지를 위한 인센티브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표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청정에너지 분야로의 투자는 이미 경기 후퇴로 인해 지난해 최대 15%까지 하락하고 있어 투자 부족으로 산업 후퇴가 우려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으나, 재생에너지를 위한 인센티브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재정부문 분석가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량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시키려면 매년 5000억달러(약 591조2000억원)가 청정에너지에 사용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한편 캐서린 브렘너 카본트러스트(Carbon Trust) 국제개발부장은 "희망적인 뉴스는 오히려 회의장 밖에서 발견할 수 있다"며 "국가적 계획은 국제적인 수준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직접적인 보조금을 형성하는 데 수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부터 청정에너지 투자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을 공동으로 착수하기 시작했다. 미국도 경기부양책의 일부에서 청정 기술에 1000억달러를 할당했다. EU 내에서도 현재 제시하고 있는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브렘너는 내다봤다.

브렘너는 "EU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영국에서만 향후 10년간 하루 풍력터빈 2기를 설치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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