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셰브론 등 에너지집약기업, 자발적 배출 공개 참여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대표기업 보잉사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찬 공기가 바닥의 벌어진 틈새로 새어나가는 것을 발견하고서다. 다른 5곳에서도 같은 이유로 에너지 낭비가 발생하는 것을 알아냈다. 회사는 이런 틈새만 막아도 연간 5만5000달러(약 6270만원), 68만5000kWh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앞서 보잉은 자사가 소비하는 전력의 25%를 절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회사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보잉 측은 비단 돈만 절약하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적하고 공개하는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들이 점점 많아지자 보잉도 이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CDP 보고서 투자지침서로 활용

탄소정보 공개가 저탄소 녹색경영을 확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판단한 보잉이 참여한 사업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다.

CDP는 기업의 온실가스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온실가스 관련 경영 정보를 제공하는, 런던에 본부를 둔 비영리 기구다. 규모는 작지만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CDP는 기업의 배출량을 포함한 기후관련 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 투자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탄소절감 활동과 더불어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CDP 는 보고 있다.

투자기관인 캘리포니아 교사연금 펀드 캘스트러스의 잭 엔스 최고경영자는 "기업이 자사의 탄소배출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주요한 투자 기준이 된다"며 "현명한 기업은 CDP의 정보를 취하고 경영 전략을 바꿀 것이다"고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보잉사의 매리 암스트롱 부회장은 그가 CDP에 제출할 문서를 발견하고 2007년도 자사의 에너지 정보를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려는 목표가 없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의 경영지침은 완전히 다르다"며 녹색 경영에 대해 강조했다. 이 회사의 배출 정보는 CDP 웹사이트에 게재돼 있다.

◆투자기관 위임, 참여 독려편지 보내 

폴 딕킨슨 CDP 설립자이자 사무총장은 이 프로그램이 정부 규제를 대체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과 인도와 같은 배출에 대한 비규제 시장에서 자발적인 배출 공개가 마찰없이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비평가들은 배출량이 지속적인 감사를 통해 확인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또 배출 공개를 거부한 회사들에게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DP는 세계적으로 약 2500개 회사들이 기후관련 경영에 대한 질문에 답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대기업인 가스프롬부터 중국의 시멘트 업체 후안신 시멘트까지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스탠더드 앤 푸어스 500-stock index'에 상장된 회사들을 상대로 CDP는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만 330개 회사가 배출 정보를 담은 문서를 제출한 상태다. CDP는 전력사로부터 비교적 높은 답안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또 셰브론 등 에너지 기업과 뒤퐁 등 화학제조사로부터의 응답도 받았다.

더 높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CDP는 미국 내에서 두번째로 큰 연금프로그램인 캘스트러스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자들의 위임을 받아 회사들이 정보 공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

딕킨슨 CDP 사무총장은 475개 투자기관을 대신해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들이 보유한 투자금만 합치면 모두 55조달러에 달한다.

◆정부 규제 '코앞' 

2008년 9월 미 환경보호청은 미국내 대규모 발전소와 사업계가 2011년 초까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 상업회의소와 전국제조업자연합은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으나 이미 이 같은 규제가 발표된 이후였다.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에너지 집약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제했다. 일본도 국가가 나서 에너지 소비를 정찰하고 있다. 일본은 2003년부터 규모에 상관없이 회사들이 에너지 소비량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CDP는 기업의 탄소 배출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을 기업들에게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리어댑터(유행의 첨단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처럼 배출 모니터링이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정보를 더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유치에도 경쟁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기업들를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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