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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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양춘승] 작년 H사는 LPG와 전기로 움직이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약 35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는 이 하이브리드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동종 가솔린차가 155g/km인데 비하여 99g/km로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뛰어나다. 연간 2만km 주행을 가정할 때 연간 연료비 절감 효과는 약 135만원이라고 한다. 그 밖에 연간 약 310만원 정도의 세금 감면 혜택을 볼수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말 3개월 무료 시승 기회가 주어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몰게 됐다.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조용하고 승차감도 좋았다. 브레이크를 어느 정도 밟고 있으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LPG 대신에 충전된 전기가 활약한다. 공회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것이다. 공식 연비는 17.8km/ℓ라고 하는데 직접 확인하진 않았으나 출퇴근 하면서 통상의 업무를 보는 나의 경우 1회 주유로 1주일 이상 돌아다닐 수 있었다. 1회 주유 비용이 통상 3만원 정도이니 월 12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대중교통만을 이용해도 월 8만원 정도 들어가고 택시라도 몇 번 타면 비슷한 금액이 소요되는 터였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운행 경비도 비싸지 않은 상당히 매력있는 차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모두 2140대가 팔렸단다. 월 판매 목표 2100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동종 신차 가격이 1400~1800만원인데 비해 하이브리드 신차 가격은 세제 혜택을 감안해도 2100만원 수준이다. 연간 연료비 절감액이 135만원이니 이 정도 차이는 3-6년만 지나면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하이브리드 기술이 최근에 상용화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조만간 더 좋은 기술을 적용한 보다 싼 값의 신차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종인 프리우스에 대한 리콜 사태도 소비자들을 주춤하게 만든 요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지지하는 사람도 당장 구매를 결정하기에는 뭔가 2% 부족한 것이다. 더구나 H사 자신도 조만간 상위급 차종에 휘발유 하이브리드 차를 출시한다고 예고하고 있어 소비자들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 부진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기업의 신기술 개발 의지가 약화되면 우리의 저탄소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시판 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가 신기술 개발 의지를 꺾지 않을 수준으로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정상이윤을 노리는 가격 정책으로는 불가능하다. 신제품은 항상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비용을 감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판 가격을 한시적으로 대폭 낮추거나 아니면 연료 절감분만큼 무이자 후불 제도를 시행하여 소비자의 초기 비용을 낮춰주고 시장을 확대하여야 한다.

정부 또한 2020년까지 BAU 대비 30%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산업 부문에서만이 아니라 수송 부문에서도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저탄소 자동차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한 보다 과감한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으로는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저탄소 차량의 확대는 일종의 긍정적 외부효과로서 결국 국민 모두에게 보다 저렴하게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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