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기술 확보만이 살아남는 길"

세계는 내전·테러·기아·에이즈(AIDS)로 대표되던 아프리카를 다시 보고 있다. 전세계 면적의 1/5, 9억명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계 10%에 이르는 원유·가스를 보유하고 신산업에 필수 요소인 코발트·다이아몬드·세슘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 아프리카는 미국·일본·러시아·중국 등 세계 정상의 경쟁적 러브콜을 받으면서 치열한 자원 선점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알제리와 리비아 등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우즈벡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국가까지 협력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경제개발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시키고자 하고 있는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게는 우리나라가 좋은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실제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과 9월 한명숙 총리의 중앙아시아 순방시에도 나타났지만, 그들은 '한국형 발전모델'을 기반으로 한 경제협력과 기술이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순방을 통해 산유국이 더 이상 원유 등 자원만을 공급하지 않는다"며 "원유 공급의 조건으로 관련 기술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전으로 인해 자칫 관련 산업분야에서 역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에너지자원줄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기술보다 진보된 기술을 사전에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술이전 등으로 원유정제 기술 등이 발전하면 결국은 원자재 가격이 싼 산유국 지역으로 기업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 관련 산업이 고사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기술협력이 현재로써는 불가피하다"며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독보적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비아는 유전·가스광구 개발 등 우리나라의 참여를 허가하는 대신 국내기업의 자원개발 및 발전소 건립 등의 협력을 제의하고 기술인력 양성 등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카자흐스탄도 '석유화학산업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향후 2010년까지 원유 등의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다운스트림 분야인 석유화학제품의 생산·수출까지 자국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입안한 석유화학산업 육성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참여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미국 등 선진국의 메이저 기업이 아프리카 대륙의 '검은 에너지'를 뽑아갔지마 아프리카의 경제 발전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여러 국가가 자국의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나선 것이다. 더 이상 단순히 기름만 퍼주는 일만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프리카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우리나라에겐 새로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를 백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주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높은 성장 잠재력과 풍부한 자원을 지닌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은 분명 호기"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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