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 박사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이투뉴스 / 칼럼] 화석연료 보조금 문제가 올 가을 G20정상회담에서 에너지 분야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IEA 다나까 노부오 사무총장 역시 이를 중요한 문제로 언급했다.

주로 중국과 인도, 중동국가 등 국내 석유제품가격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도 이 이슈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국내무연탄 보조금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전력요금을 물가불안 등을 이유로 공급단가 이하로 붙잡아 놓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손실분을 다른 세금으로 메워 주는 것 역시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전력생산 원료의 60% 이상이 화석연료인 석탄과 천연가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에 이어 2009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발표 이후 여러 분야에서 에너지사용의 효율화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유독 전력가격 부문에서는 요지부동이다.

석유, 석탄, 가스 가격이 국제가격에 연동되게 되어 있어 크게 상승한 반면 전력가격은 원료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붙잡아둬 엄청난 에너지사용 비효율이 조장되고 있는데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학교와 신축건물에서 전기사용 냉난방기가 설치되고 있으며, 농촌에 가도 땔나무나 연탄이 아니라 전기장판이 대세이다. 전기료가 등유나 프로판가스보다 싸고 또 편리한데 이는 당연한 선택이다.

값싼 전력가격 덕분에 전력사용량은 계속 늘어 2010년 새해 벽두에 겨울철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이제 2010년 여름, 또 한 번의 전력사용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전기 사용 증가가 에너지사용량의 증가속도를 가속화시킴은 물론 이산화탄소 발생 역시 더 늘린다는 것이다. 특히 냉난방에서 그러한데, 전기 냉난방이 2차례에 걸친 에너지변환 손실로 인해 더욱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건 분명 정책의 실패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매우 오래, 그리고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전력가격 합리화를 서두르지 못하는 이유로 서민층 복지 문제와 한국전력의 비효율화를 말한다. 요금을 올리면 한국전력만 부자가 되고, 서민층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아주 쉬운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 바로 전력특별기금의 신설이다.

전력생산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에 수입부과금을 부과해 이를 바탕으로 기금을 만들면, 전력가격의 상승효과도 보지만 그 상승분을 한국전력이 아닌 기금조성에 투입하게 되며, 동시에 이 기금을 활용해 서민층의 복지향상과 고효율 전력기기 보급,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력보급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70~80년대 에너지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도 바로 수입 원유 1배럴당 부과한 석유수입부과금으로 만들어진 석유기금(현재의 에너지특별회계)에 있었다. 

원자력발전의 도입과 천연가스의 도입 역시 이 기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역시 바로 이 기금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미 성공한 적이 있는 정책인 것이다.

화석연료에의 수입부과금 부과로 인한 전력특별기금의 신설은 저탄소녹색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석유수입에 이미 부과하고 있는 수입부과금을 석탄과 천연가스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단지 자주개발분 등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해 주어야 할 것이다. 특별기금신설은 국가재정의 문제 역시 해결해 준다. 정부가 당장 전력가격 인상에 앞장서지 못한다면 제안하는 화석연료 수입부과금의 부과를 통한 전력특별기금의 신설로 이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다.

어떠한 해결책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현재의 전력가격을 그대로 두면 아마도 대표적인 정부정책실패의 사례로 교과서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이 비효율은 국민들의 책임이 아니고 그런 가격구조를 유지한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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