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국가 보안시설 원유탱크 등에 1460만 배럴 비축
동양 최장교[最長橋] 건너자 해안비축시설 위용 드러내

 

▲ 한국석유공사 서산지사에 설치된 육상비축기지 모습.

 

[이투뉴스] 우리나라 원활한 원유수급의 젖줄로 대동맥 역할을 담당하는 요충지인 한국석유공사 서산지사. 지난 17일 한반도 서해안의 관문, 서산시 끝자락에 있는 서산비축기지를 찾았다. 

오후 12시50분 충남 서산. 서산IC를 통과한 후 20분을 달리자 서산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다시 20분간 왕복 4차선의 대산읍 29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자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직원의 숙소가 보이고, 곧이어 웅장한 규모의 서산비축기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후 1시40분. 서울에서 출발해 쉬지 않고 꼬박 3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국가 보안목표 시설 '가'급에 속하는 서산비축기지는 주변이 모두 이중펜스로 둘러처져 있어 마치 '철통보안'의 군부대로 들어선 느낌마저 들게 한다.        

정문에 들어서자 사람이 아닌 차량번호인식 무인카메라와 마주친다. 차에서 내려 외부 통제실 관계자에게 인사를 건네자 굳은 표정으로 기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곧이어 신분이 확인되자 미안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지리·위치상 서해에 인접해 있다는 점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이다.

비축기지 면적은 96만m2(29만평)에 이른다. 시설규모는 1460만배럴에 해당하며 공사비 4조1484억원이 투입됐을 만큼 엄청난 외형을 뽐내고 있다. 현재 석유공사가 보유한 비축기지 가운데 규모면에서 네번째로 크다.

서산비축기지는 1999년 10월에 건설공사에 들어가 2005년 7월 준공됐다. 육상기지로 지어진 이곳은 다른 비축기지와는 달리 원유를 비롯해 휘발유, 등유, 경유(항공유) 등 제품유를 함께 비축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상탱크는 모두 26기. 원유탱크 12기, 제품유탱크 12기와 제품유탱크의 유질 상승을 돕는 서비스탱크 2기가 있다.

원유탱크는 직경 97.7m, 높이 21.9m로 1100만배럴의 원유가 채워져 있으며 제품유탱크는 직경 57.7m, 높이 19.5m로 360만배럴의 석유제품이 비축돼 있다. 원유탱크 1기와 제품유탱크 1기에 각각 91만7000배럴, 30만배럴이 들어있는 것이다.

서산비축기지는 제3차 석유비축계획에 해당된다. 석유공사는 서산 기지를 포함해 ▶구리 ▶용인 ▶곡성 ▶동해 ▶여수 ▶울산 ▶거제 ▶평택 등 전국 9곳에 모두 1억4600만배럴의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이 158일 동안 석유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 서산비축기지의 이동형 감시로봇. 로봇충전소에서 자동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이곳 저곳을 둘러봐도 직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이동형 감시로봇이 기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이 로봇은 외곽도로를 자율주행 하면서 위해요인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경보하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또 고정형 로봇의 사각지역을 돌면서 무단침입이나 석유저장탱크 주변의 화재, 누유 등을 탐지해 사고발생을 실시간으로 중앙통제실로 송수신하고 있다.

박수천 석유공사 서산지사장은 "로봇이 스스로 물체의 이동을 추적하고 판단하는 인지·지능기술이 적용됐다"며 "이 점에서 사람이 고정된 지역의 영상을 감시하는 기존 수동형 CCTV와는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 충전소가 따로 있어 충전해서 사용할수 있다"며 "무게는 대당 300kg, 이동속도는 시간당 최고 9.7km이며 무선으로 전송 가능한 카메라 2식이 장착돼 있어 화재 및 가스 감지에 탁월하다"고 밝혔다.  

 

▲ 서산지사의 중앙통제실.

 

오후 2시30분. 중앙통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장부'라 불리는 중앙통제실은 24시간 근무체제로 4조 3교대로 운영되고 있다.

박 지사장은 "이곳에서 탱크의 일일 재고량 검사와 월중 저장검사 및 입·출하 공정 수행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폭 늘어난 CCTV와 지능형 감시경계 로봇과 이동형 감시로봇이 모니터링 한후 전송해주는 데이터가 이곳으로 모인다"며 "외부침입자 감시, 화재, 누유 등에 대비해 24시간 내내 기지 안팍을 샅샅이 살펴 안전과 안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상접안시설로 가기 위해 지나야할 다리. 길이는 2.7km에 달하며 부두시설 가운데 아시아에서 가장 길다.

 

오후 3시30분. 서산지사에서 나와 차량을 타고 15분간 이동해 7.3km 떨어진 해상접안시설(JETTY)로 향했다. 초입구에 들어서자 진풍경이 펼쳐진다. 서해 한가운데 나 있는 직선 2.7km의 부두시설 다리를 건너는데 길따라 양쪽으로 42인치와 24인치의 송유관이 늘어서있다.

기자와 동행한 문진선 관리팀 사원은 "해안접안시설은 원할한 원유와 제품유의 출·하역을 위해 만들어진 부두"라며 "서해의 특성상 수심이 낮다는 것을 감안해 2.7km의 다리를 놨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한 유조선이 접안하기 위해서는 수심 확보가 중요한데 육상과 이곳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동양에서 가장 길다"고 자랑했다. 

 

▲ 해상접안시설에 설치된 5개의 로딩암.

 

해상접안시설 접안능력은 5000톤에서 32만5000톤급까지의 유조선도 가능하다. 특히 이 곳에 설치된 5개의 해상로딩암(저장소에서 차량이나 기차, 유조선 등에 장착된 기름 탱크로 기름을 주유(注油)할 때 사용되는 기구)은 원유가 들어있는 유조선이 닿으면 원유를 송유관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해상로딩암 3기는 원유를 실을 때 사용 되며 나머지 2기는 제품유 수송에 이용된다. 문 사원은 "하루에 1회씩 선적하고 있다. 모두 5기의 로딩암이 석유제품 운반선에 동시에 연결돼 선적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다리를 따라 이어진 송유관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부지 밑으로 연결돼 비축기지로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 [미니 인터뷰-박수천 한국석유공사 서산지사장]

 "인근 초등학생들에게 에너지체험학습 기회 줄 터"

 

▲ 박수천 한국석유공사 서산지사장.

 

-지사장으로서 신념과 철학이 있다면.

▶감성경영이 곧 나의 신념이다. 지금까지 지사장 위치에 있으면서 '권위적'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눈 높이를 맞춰 하나가 되자는 마음이 직원들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자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기본으로 한 유대감을 중시하는 편이다. 젊은 직원들과 자주 접하는 만큼 마음가짐을 항상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있는지.

▶이곳으로 부임하기 전 1년간 평택지사장으로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부하직원의 주례를 선 적이 있다. 소문이 퍼져 서산지사에 와서도 4번이나 직원의 주례를 섰다. 올 연말에도 주례 예약이 있어 12월에 다시 한번 서야 할 것 같다.   


-비축기지 내 이동형 감시용로봇이 눈에 띈다.

▶지식경제부에서 스마트 프로젝트 건 실증사업으로 지정해 지사에서 운영 중이다. 오는 11월까지 시스템 성능과 효과 검증을 통해 국내 8개 석유비축기지로 시스템 확대·적용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안보와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지사 전 구역에 철통같은 방호 경계 태세가 확립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활동에 대해 말해달라.

▶여러 지역사회활동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지사 인근의 초등학교 10곳과 1교1사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50만원의 장학금과 100만원 상당의 학생 필요 물품을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초등학생들에게 에너지관련 체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견학을 시켜주며 도움을 줄 계획이다. 


-올해 지사 운영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국제공동비축을 하고 있는 서산지사는 고객만족과 원유 품질관리 차원에서 '서산 사업형시설 개선 건설공사'를 추진 중이다. 이 공사를 통해 혼유 방지 시설 설치 및 휘발유 저장시설 추가 확보로 석유사업 활성화의 기반을 닦겠다는 취지다. 공동비축을 원할하게 하기 위해 건설공사 입찰공고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올 하반기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약 17개월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안전사고 없는 서산비축기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서산=권영석 기자 ysk82@e2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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