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양춘승 칼럼] 최근 모 환경단체를 따라 한탄강에서 래프팅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이었지만 비온 뒤라서 수량도 많았고 날씨도 좋아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먼 옛날 화산 활동으로 생긴 협곡이 철원 평야 사이를 관통하고 있는 독특한 지형과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는 래프팅은 단순한 레포츠를 넘어 교육적 의미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래프팅을 내년부터는 즐길 수 없다고 한다. 바로 사연 많은 한탄강댐의 물막이가 시작되어 더 이상 이 독특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금융위기와 멕시코 만의 석유 오염이 함께 뇌리에 떠올랐다.

전혀 무관하게 보이는 이 두 사건은 '공유자원의 비극'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공유자원이란 배제성은 없으나 경합성이 있는 재화를 의미한다. 즉, 누구나 소비할 수 있으나 누군가 먼저 소비하고 나면 다음 사람이 소비할 권리는 제한받는다는 의미이다.

피터 반스(Peter Barnes)에 의하면, 이런 공유자원은 공기나 물 같은 자연 자원, 도로나 시장 같은 공공시설이나 제도, 언어나 역사 유물 같은 문화적 자산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공유자원의 비극'이란 마을 공동 목초지에서 양을 치는데 누군가 양 사육 수를 늘려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도 같이 양 사육을 늘리게 되어 결국 목초지가 사라지게 되고 누구도 양을 더 이상 칠 수 없게 된다는 산업혁명기의 역사적 현실을 지칭하는 말이다. 개인에 의한 공유자원의 남용이 결국 자원 자체의 소멸과 우리 모두의 손실로 귀결된다는 가르침을 함축하고 있다.

사실 지난 금융위기는 월가의 금융계가 무책임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일어난 일이지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미국 국민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희생과 인내가 필요했다. 멕시코 만의 기름 유출 또한 BP사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충분한 환경적 고려 없이 심해 유전을 개발하다 일어난 일이다.

문제는 BP가 돈벌이 하느라 생긴 일인데 피해는 멕시코 만 주위에 사는 사람들과 동식물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공동의 자산인 금융 제도와 해저 유전을 임차해 사적 이익을 누리다가 피해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임차인이 아니라 주인인 공동체와 자연이 입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유자원의 소유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소유주가 누군지 분명하다면 공유자원을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그 소유주의 허가를 받고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임차인의 잘못을 소유주가 책임지는 불공정한 일은 많이 시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탄강의 주인은 누구일까? 강은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고 우리 선조들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우리 공동의 유산이다. 아니 우리 이전에 거기에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과 식물들의 터전이다. 원래의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터전을 없애는 결론은 도대체 누가 내린 것인가? 그리고 그로 인해 입는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

한탄강댐으로 누군가는 이득을 보겠지만 래프팅을 더 이상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피해는 아무도 계산에 넣지 않는다. 하물며, 원래 거기서 살고 있던 박쥐나 돌단풍 같은 생물종이 당하는 피해는 말해 무엇하랴. 결정을 내린 자는 몇 년 뒤 그 자리를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는 그가 내린 결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말 안타깝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