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간 무역갈등으로 비화될 조짐

[이투뉴스] 미국 철강 노동조합이 중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불공정 경쟁에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미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무역법을 위반한 바 없다며 반발하고 나서 양국간 무역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 철강 노조는 중국 정부가 태양광 모듈과 풍력 터빈 등 재생에너지 수출 장비에 대한 불공정한 보조금과 최저이율 대출을 지원해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WTO는 수출 장려를 위한 정부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받은 기업이 경쟁국 산업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WTO 조항에 어긋난다.

미 철강 노조는 5800장에 달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미 정부가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중국이 부당한 정책을 통해 세계 재생에너지 장비 수출을 장악하고 미국의 제조설비까지 중국으로 이동시키는 등 미 국민의 일자리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원서에서 중국이 풍력터빈과 태양광 모듈,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토류 광물에 대한 수출을 제한해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역설했다.

수출 쿼터제와 세금, 복잡한 허가 과정 등 광물 수출 제한 때문에 해외 기업들은 더 높은 가격으로 중국산 광물을 구입해야 했다. 광물의 접근성과 인센티브를 미끼로 중국 정부는 해외 기업의 중국내 공장 건설을 부추겨 미국내 일자리가 줄었다 게 노조의 주장이다.

85만명이 가입한 미 철강노조는 풍력터빈 타워와 원자로, 태양광 모듈, 할로겐 조명 등 에너지 관련 일자리 등의 노동자들은 대변하고 있다. 또 풍력 터빈 타워 조립과 기어, 밸브, 엔진, 청정에너지 장비 부품 제조 노동력을 떠맡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문제와 더불어 이 문제가 중국과 무역 갈등을 가중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동시에 11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염려해 일자리 문제를 들고 일어선 노조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미 정부가 이 사건을 WTO에 제소하더라도 양국이 에너지 안보와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최대 쟁점안으로 두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제조산업을 미 경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주요한 산업이라고 언급해왔다. 최근 대중 연설에서 그는 국산 청정에너지 산업 확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년 전 중국산 타이어 수입 항목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과 전면 대치할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이 사건은 WTO 패널에 의해 이 달 첫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법률상 오바마 행정부는 45일 내에 철강노조의 제소건을 추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의회 선거가 시작되는 보름 전까지다.  대다수의 미 하원과 상원 민주당원들은 최근 철강 노조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빠른 성장과 미국의 높은 실업률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를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발표는 행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네퍼터리우스 맥퍼슨 대변인은 USTR이 노조의 탄원서를 받아들였으며, 중국 무역 실황 조사를 공개할 것인지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확대에 집중하는 대신, 저렴한 대지 임대료와 저이율 대출 등 수출량을 높이기 위해 청정에너지 산업을 지원했기 때문에 WTO 제소에서 패소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무역 변호사들도 지난 수개월간 중국 정부의 청정에너지 수출 보조금이 너무 커 누군가 이 문제를 제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로 근무한 바 있는 알랜 울프는 "중국이 보조금을 자국내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데 투입해 WTO 제소건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와 소비를 위한 정부 보조금은 국제 무역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적다. 

울프는 "이제 중국이 세계 태양광과 풍력 장비 소비를 확대할 때다"며 "이는 환경적 목적과 평화적인 무역 관계를 갖기 위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6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 부분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인구당 배출량은 미국이 중국보다 3배 가량 높다.

현재 WTO의 중국 사절단은 미 철강 노조의 제소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 양국간 협의는 쌍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왕 바오동 대변인은 "양국은 기후변화와 싸우고 자국 기업들을 산업적 윈-윈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5일자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 노조가 중국의 보조금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중국 상업부의 야오 지안 대변인은 "중국의 정책은 WTO 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미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양국간 경제와 무역 관계를 보호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에너지 보존과 배출 저감에 책임이 있다고 물으면서 중국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 에너지 정책 입안자들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에너지 산업 육성이 국가적 우선과제라고 말해왔다. 그들은 현재 중국이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량을 확대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세계 다른 국가들은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해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로 지난 3년간 태양광과 풍력 장비 가격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청정에너지 산업의 다국적 기업들과 무역 협회들은 무역 분쟁에 내심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기업과의 조인트 벤처 기업에 대해 보복성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중국 시장으로의 진입마저 완전 봉쇄될 가능성도 높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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