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닌 행동할 때.

지구촌 리그? 그들만의 리그!

 

굳이 입 아프게 “해수면이 올라가고, 태풍이나 가뭄 등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어요.”라고 상기시키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미 투발루는 국토포기 선언을 한 지 오래고, 그 옆 키리바시 공화국은 섬이 두 개나 가라앉았으니 말이다.

 

더 강력해진 허리케인은 미 남동부 해안을 휩쓸고, 영구동토라 불리던 북극 빙하는 이제 곧 사라진다. 적도부근 국가에서는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할 예정이고, 생활터전은 먼 옛날의 일이 될 것이다.


남의 일인양 너무 쉽게 얘기한다굽쇼? 하지만 어떡하랴, 우리 모두가 강 건너 불구경이니.....

 

2005년 12월에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11차 당사국총회 및 비준국 총회를 보면 그런 생각은 더 이상 농이 아니다. 개회 첫날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엄포를 놓아 ‘대체 왜 왔나’ 생각이 드는 미국은 물론이고, 모두가 다 망하건 말건 ‘일단은 경제성장이다’라며 버티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니 말이다.


2주일밖에 되지 않는 당사국총회는 시작부터 그렇게 마라톤을 연상시켰다. 포스트교토(2013~)체제 논의를 위한 협상틀이 마련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명분을 좋아하는 각국의 마지노선에 불과하다. 당사국총회는 항상 전진하지 못하고 마지노선에 간신히 걸터앉곤 했으니까.


맨처음 참가할 때까지만 해도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교토의정서 1차 감축기간보다 더 중요한 2차 감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이었고, 기후변화협약 부속이행기구(SBI)에서도 이미 약간의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효과적인 논의가 진행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이독경이라 했던가?

 

멍청하다하다 해도 이렇게 멍청한 소들이 정말 없다. 당사국총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공염불에 불과한 각국의 입장 문서들과 엑스포와 국제회의를 구분 못(?)하는 기업들의 목청은 이러한 기대를 일순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공연하게 “기후변화협약은 환경협약이 아닌 경제협약”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후문제가 경제문제로 치환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기실 기후변화가 ‘탄소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마당에 경제가 아닌 환경문제라고 주장하는 게 오히려 공허해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후문제는 환경문제이건 경제문제이건 간에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란 것이다. 누군가가 배출하겠다면 누군가는 줄여야 하고, 누군가가 경제성장을 하겠다면 누군가는 경제둔화를 겪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기후문제를 풀 수가 없다.

 

오히려 지금 수준보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를 해야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건 멍청한 배타적 애국주의(chauvinism)에 불과하다. 극소수에 불과한 위정자들의 검증되지 않은 애국심에 의해 65억 인구의 생존이 위협받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일까. 지난 5월에 끝난 제24차 부속이행기구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각국은 자국의 이기주의를 앞세운 의무감축 동참 거부나 확대 불가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했을 선진국의 의무감축과 개도국의 의무감축 참여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들이 논의하면 항상 이런 식이다.

 

하루 빨리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감축 의무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 고취, 재생가능에너지 조속 확대 등의 방법을 도입해야 할 판에 그들은 항상 "배째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미래가 그들 손에 달려 있는 게 사실이다. 얼마전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와 화산분화, 우리나라에 던져진 물폭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그들에게 달려 있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있지 않다.

 

단지 에너지를 더 쓸 수 있는 사회가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왜 일까? 그들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고,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기후변화는 가난한 나라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재앙으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작년 12월 3일 기후변화 대응 국제공동행동의 날에 진행된 지구온난화 반대 행진은 그래서 소중하다. 당사국총회장 근처 몬트리올에 4만명이나 모여 진행된 행진은 일부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었다. 딸의 손을 잡고 나온 아빠, 긴 현수막까지 준비해오신 어르신들, 그리고 대규모 청소년들까지 동참했다.

 

또 몬트리올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린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후변화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가는 듯해 기쁘다.

 

우리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다는 우리들의 약속이기도 하다. 물론 항상 관객들을 무시하고 당사국 총회장 통유리 안쪽에서 앵무새 놀이를 하던 협상관계자들이 언제까지 똥배짱을 부릴 수 있는지 몹시 궁금하긴 하지만.

 

 

환경정의 초록사회국 부장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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