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E사 담담한 반응, 중국 진출 시 마찰 원치 않은 듯
중국 "풍력에너지 보조금 지급은 정당, WTO 제소에 반기"

[이투뉴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사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해 국제 무역법을 어겼다며 지난달 22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WTO 제소 결정에 따라 풍력 발전기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잠재적인 수혜자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GE의 반응은 담담하다.

GE는 몇 년 전 중국에 대규모 풍력터빈 공장을 건설해달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중국 국영 발전사들이 자국의 풍력 기업들과의 거래를 늘려, GE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했다. 더욱이 GE의 풍력터빈 주요 부품에 대한 특허 만료일이 가까워지면서 미국에서조차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WTO 제소로부터 이득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GE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뭘까.

GE의 침묵은 중국 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을 주저하는 서방 기업들의 특징으로 관측된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어, 마찰을 가져올 수 있는 비판이나 언급을 꺼린다. 세계 경기 후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반등은 이 같은 상황을 유지시키고 있다. 중국 시장이 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추진할 수 있는 적지로 판단되면서다.

그러나 지난 해 겨울과 올 여름 미국과 유럽의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의 부당한 정부 간섭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구글(Google)사는 지난 3월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검열과 감시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독일의 지멘스와 BASF, 미국의 GE 등 대기업의 대표들도 올 여름 초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당시 서방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사실상 어느 기업들도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의 크리스찬 머크 소장은 "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낮아진 것은 확실하다"며 "그렇다고 우려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 제소건을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한 다음 날인 23일 중국 산업부는 중국의 풍력 정책이 WTO 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인했다.

대부분 국가들은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 장비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청정에너지 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사들에게 보조금을 직접 지원해 무역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보조금이 중국 내에서 제조산업을 확대하고, 제품 수출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단체는 다국적 경쟁 기업들이 아닌 미국 강철노동조합이었다. 미 강철노조는 지난 9월 오바마 행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10월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GE 등 미국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사들은 조사에 협조하거나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오레곤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양광 패널을 제조하고 있는 독일의 솔라월드만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강철노조는 탄원서에 중국 정부의 다양한 불법 혐의를 제시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중 한가지 문제만을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지만 정보 취합에 어려움이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통상대표부의 대변인은 "우리 조사의 내용과 과정은 재생에너지 기술 산업의 제조사들과 주주들, 서비스 제공자들이 관련 증거와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중국 규제자들로부터의 보복을 두려워해 협조를 주저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산업 규제법들은 규제자들의 재량권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 규제자들은 해외 투자를 승인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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