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상황 따라 다른 접근방식 채택

[이투뉴스] 국제유가가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 등 중동 지역의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리비아에서 원유 생산량은 최근 60%까지 급감한 상태다. 자칫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원유 생산량이 큰 국가로 이같은 요인이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10달러로 2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세계 주요 국가들의 대응도 한층 기민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가 각기 다른 접근방식의 유가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 허리띠 졸라매는 프랑스 "타이어 압력 높여라"

프랑스 정부는 휘발유 가격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연료세 인하 대신 운전자들이 타이어 압력을 높이고 평균운행속도를 낮출 것을 권고했다. 프랑스 일부 주유소에서 무연 휘발유는 리터당 1.8유로(한화 약 2800원)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도 OPEC 회원국인 리비아에 의해 심각해진 유가 상승이 정치적인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가상승에 대한 반발로 유가 할인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어부들과 트럭 운전기사들은 항구와 연료 창고를 점령하고 도로에 진입해 교통 혼잡을 일으켰다.

최근 야권은 정부에 연료 보조금을 요청했으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정부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예산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받아쳤다. 오히려 재정장관은 운전기사들이 운전 습관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그는 "타이어 압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운전 속도를 줄이고, 20초 이상 교통 체증으로 도로에 멈춰있을 시에는 시동을 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타이어 압력을 높일 경우 연료비를 2.4%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프랑스 국립 도로교통연맹의 장 폴 드뇌비 대표는 "고유가로 도로교통 부문에 수억 유로를 내다버릴 판"이라고 경고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측근인 라가르드 장관은 2007년 고유가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에게 자전거 이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이웃 국가 스페인도 최근 수입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한 속도를 더 낮췄다. 사회주의파 정치인들은 저소득층에게 연료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편 프랑스 정유사 토탈은 지난해 100억유로 이상의 순익으로 올렸다.

◆ '일희일비 곤란' 전략비축유 개방 검토하는 미국

프랑스와 달리 미국은 유가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전략적 비축유를 방출할 지 주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석유 공급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면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가 유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고 있으나 어떤 행동을 취할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유가가 올랐을 때 모두가 패닉상태에 빠지고 내렸을때 다시 편히 자는 것처럼 유가에 대한 반작용을 바로 보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추 장관은 미 행정부 측이 상황을 자세히 지켜보고 있으나 리비아에서 잃은 원유 생산을 다른 곳에서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원유 생산을 줄이기 위한 장기전으로 자동차 연비를 높이거나 전기자동차 보급을 촉진시키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5명의 민주당 상원 의원들은 텍사스 주와 루이지애나 주에 저장되어 있는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 지난 2월 민주당 하원 3명도 오바마에게 "원유 수출국들이 (유가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높일 수 있겠지만 원유가 상승으로 이득을 볼 것이다. 그들은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생산을 높이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한을 보내 비축유 방출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원들는 전략적 비축유 방출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경신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갤런당 3.12달러였던 무연 휘발유는 지난 5일 기준 3.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 여름 4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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