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카본, 육상 위주 기후변화 대응책 탈피 대안으로 부상

▲ 맹그로브.<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이투뉴스]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지구 대기 중에 존재하는 탄소의 4분의 1가량을 흡수해 온실효과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팀은 2005년에 이어 지난해 가뭄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의 나무들이 말라죽으면서 탄소 저장고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할 운명에 처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연 아마존이 파괴되면 지구에 탄소 저장고는 사라지게 될까.

'블루카본'이 새로운 탄소 저장고이자 흡수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블루카본은 열대우림보다 5배나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블루카본이란 맹그로브와 해초·해조류 등 바다 인근이나 바닷 속에서 사는 식물과 염습지 등을 말한다.

갯벌이나 강 하구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는 햇빛을 받아 영양분을 만드는 탄소동화작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뿌리에 보관한다.

바닷 속 해조·해초류는 흡수한 탄소의 대부분을 해양 퇴적층에 묻어둔다. 이진애 인제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연간 지구 전체에서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 중 55%가 바다 생물에 의해 흡수된다"고 말했다.

UNEP(국제연합환경계획)은 지구 이산화탄소의 약 93%에 해당하는 40테라톤이 바다에 저장돼 있으며, 대기중으로 방출된 탄소의 30% 이상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이야기할 때 '그린카본'인 산림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되지만 블루카본인 바다 식물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익교 부산대 해양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2009년 코펜하겐 회의에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REDD(개도국의 산림 전용 방지) 등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블루카본은 이제서야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위해 블루카본 펀드를 설립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에비앙 생수 생산으로 유명한 프랑스 다논그룹이 아프리카와 인도의 맹그로브를 CDM(청정개발체제)으로 등록한 상태다. 이 CDM사업이 통과돼 CER(탄소배출권)을 받게되면 해양 식물 관련 첫 CDM사업으로 기록된다. 

▲ 큰잎모자반.<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UNEP <블루카본> 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카본 침전물은 매년 7%씩 없어지고 있으며, 지난 50년간 사라진 비율은 7배까지 상승했다. 전세계적으로 해안역 식생대는 열대우림 지역보다 4배나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 동남 아시아와 호주 북부 사이의 해양 지역, 필리핀, 말레이시아, 동티모르, 파푸아 뉴 기니와 솔로몬 제도 등 산호 삼각지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해양식물 서식지가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그러나 블루카본을 포함한 해양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 자료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정 교수는 "해양 관련 데이터는 많지만 기후변화 입맛에 맞는 데이터는 없다"면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기상 위주의 기후변화 데이터를 내놓으면서 해양은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 역시 바다의 식물은 물에 잠겨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2009년부터 '블루 REDD'를 주장했다. 산림처럼 해양을 지키는 노력 또한 경제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지난해 칸쿤회의를 거치면서 REDD는 보다 구체화되며 자리를 잡았다.  

▲ 정익교 부산대 교수.
그러나 아직은 제자리걸음이다. 정 교수는 "측정도 검증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블루 REDD는 시기상조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교수가 이를 주장하는 까닭은, 결국 기후변화의 해답이 해양 식물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탄소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지구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지구의 역사는 45억년, 조류(藻類)의 역사는 약 40억년. 조류는 지구상 최초의 광합성 식물이다. 정 교수가 "조류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물"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해조류나 미세조류에서 바이오가스 등 바이오연료를 추출하고, 홍조류에서 종이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를 목적으로 한 해양 식물 CDM사업이 추진된 바 있으며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색깔로 본 탄소

브라운카본, 블랙카본, 블루카본, 그린카본.

탄소에도 색깔이 있을까. 진짜 색이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색의 유무를 떠나 이러한 색깔 명칭은 탄소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하는 효과를 지닌다.

탄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석연료나 바이오연료, 목재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러한 기체성 온실가스를 '브라운카본'이라 부른다. 불완전 연소로 인해 생기는 먼지나 분진 등 고형입자는 '블랙카본'이다.

현재 EU 배출권거래시장에서 배출권으로 거래되는 일종의 '상품'이 바로 이 브라운카본과 블랙카본이다. 특히 CDM(청정개발체제)은 블랙카본 메커니즘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린카본'은 말 그대로 지구상의 삼림을 비롯해 대규모 경작지(플랜테이션), 농지, 목축지 등 토양에 저장된 육상의 탄소 흡수원을 의미한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총회(COP15)에서 논의된 REDD(개도국의 산림 전용 방지)를 통해 급부상했다.

반면 바다의 탄소 흡수원인 '블루카본'은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이다. 2009년에서야 전세계적으로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진입한 상황. 육상의 그린카본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산림처럼 바다의 탄소 흡수원을 일컫는다. 맹그로브, 염습지, 해조·해조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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