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일색 기상장비 산업 국산화 꿈틀
STX엔진, 국지성 집중호우 잡는 '소형 X밴드 기상레이더' 개발

▲ 기상레이더 안테나.<사진제공=기상청>

[이투뉴스] 지난해 9월 추석연휴 첫날.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이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겼다. 집중호우탓에 일대 건물과 도로와 1만4000여 가구가 물에 잠기고 2명이 숨졌다. 당시 강수량은 259.5㎜.

'100년만의 폭우'라고 떠들썩했지만 사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래 광화문에 250㎜ 이상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번 정도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세 번이 1998년, 1999년, 2001년에 발생, 최근들어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이 '광화문 물폭탄'과 같은 국지성 이상기후현상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소형기상레이더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국내 기술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에 착수했다.

기후변화 심화에 따라 소형 이중편파 기상레이더의 시장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2009년 기상지진기술개발사업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형 이중편파 기상레이더 시장은 2016년 330억원에서 2020년 723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상레이더는 집중호우, 태풍 등 위험기상 탐지와 날씨 예측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기상레이더는 총 30여대로, 기상청(11대)을 비롯해 공군(9대), 국토해양부 홍수통제소(3대, 사업추진중 3대), 수자원공사(4대)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량 미국, 독일 중국 등지에서 수입돼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고권성 STX엔진 전자통신연구소장(상무)은 "기상레이더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외국기업들이 설치 뒤 유지·보수·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기상청과 함께 지난 달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 10대 사업 중 하나로 소형 이중편파 기상레이더 R&D(연구·개발)사업을 검토했다.

여기에 STX엔진이 국내 첫 소형 기상레이더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의사를 밝히며 기상레이더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STX엔진은 기상레이더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선박용 엔진 부문과 방위산업부문에 이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박용 엔진과 방위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STX엔진은 1990년대부터 레이더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차량 이동형 레이더와 대함레이더, 해안감시 레이더 등 기계식 2D 탐지 레이더를 개발하기 시작, 2000년대 들어 인수선박 레이더와 MTD 헬기 레이더 항해용 레이더, 추적 레이더 등 2.5D 탐지·추적 레이더 개발로 영역을 확장했다.

고 소장은 "국내 모든 선박의 레이더는 다 우리 제품"이라며 "레이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상레이더 개발도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STX엔진은 국내 유일의 항해·해안감시 레이더 국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stx엔진 용인사업장.

STX엔진은 올해부터 해외 업체와 국내 기상연구소, 대학 등과 연계해 이중편파 기상레이더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기상장비업체 ECC와 기술 이전 등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기상레이더 가운데 10대는 ECC 제품이다.

이달 중순께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소형 이중편파 기상레이더 사업 시행을 공표할 예정이다. '국지성 기상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한 소형 X밴드 이중편파 기상레이더 시스템 개발' 사업이 확정되면 올해부터 5년간 100억원이 투입된다.

소형 X밴드 기상레이더는 반경 0.5㎞ 이내의 기상을 측정할 수 있으며, 기존의 대형 레이더에서 관측할 수 없는 저층지역을 관측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이중편파의 경우 강우량 산출에 있어 단일편파보다 정확도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는 1997년 기상청이 연구용으로 X밴드 기상레이더를 도입한 바 있다.

STX엔진은 자체 분석을 통해 이번 소형 이중편파 기상레이더의 원천 기술 개발의 중요도와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평가했다. 고 소장은 "소형 기상레이더 기술 개발은 대형 기상레이더 개발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시장 수요를 판단해 궁극적으로 대형 기상레이더 개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기상장비 국산화 정부지원 필수"
고권성 STX엔진 전자통신연구소장(상무)

 

"국내 기상장비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방위사업청처럼 국내 기업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

기상청은 최근 기상장비 개발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장비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장영실 기상측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500억원을 들이는 기상장비 선진화 사업이다.

2009년 기준 전 세계 기상장비 산업 규모는 7조4600억원. 한국은 194억원(0.3%) 규모에 머물고 있으며, 기상장비 국산화율은 20%에 불과하다. 그간 기상장비 대부분을 외국 수입에 의존, 국내 기상업체들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역량이 낮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기상장비 R&D(연구·개발) 투자는 다른 기상분야에 비해 상당히 미흡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상 R&D 대비 기상장비 R&D는 0.8%에 불과하다.

고권성 STX엔진 전자통신연구소장(상무)<사진>은 "지금처럼 기상장비를 해외 수입에 너무 많이 의존할 경우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미래를 위해서는 장비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100% 국산화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고 소장은 방위사업청의 절충교역을 기상청에서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절충교역은 우리나라가 국외에서 1000만달러 이상의 무기나 군용장비 등을 구매할 때 해당 업체로부터 관련 지식이나 기술 등을 이전받거나 국외로 국산 무기나 장비, 부품 등을 일정량 수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 기업들이 국산레이더를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요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기상레이더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만들어도 국내에서는 판매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레이더를 생산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고 소장은 "국내 실적이 없는데 해외 수출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기업은 분야별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 자립을 통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기상레이더 국산화는 국내 기상재난 예방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고 소장은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첫 번째 기상레이더 시스템 개발 관련 과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기상 레이더 개발은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 자립면에서 필요성이 높다"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용인=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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