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준 제ㆍ개정 권한 민간 이양

지난 1998년 9월 특허출원을 마친 실린더 캐비넷이라는 장비가 실제 생산라인에 배치되기까지는 1년 8개월이 필요했다. 관련 규정(특정설비 품목에 추가하기 위한 시행규칙)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난방기로 사용할 수 있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가스히트펌프도 2002년 3월 기준제정이 요구됐으나 2년 후에나 기준이 마련됐다. 이 두 사례는 정부의 법과 제도가 선진화되는 에너지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표본으로 꼽힌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에너지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어 상용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르면 오는 2007년부터 점차적으로 에너지 관련 기술기준이 제ㆍ개정될 예정이다. 이 기준이 확정되면 에너지기술이 실무에 적용되는 기간을 한달 내외로 단축할 수 있다.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기술기준의 규정형식이 법령으로 되어있어 변화하는 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움에 따라 기술기준 대부분을 민간에게 이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우선 가스분야의 기술기준을 개편하고 고압가스, LPG, 도시가스 관계 법령의 3200여개 기술기준의 제ㆍ개정 권한을 민간에게 이양할 방침을 세워 관계법령을 개정 중이다.

산자부는 향후 부처협의와 당정협의를 거친 후 입법예고해 오는 10월경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치환 영산대 법학과 교수는 “기술기준 제ㆍ개정 권한을 민간에 이양함으로써 절차상의 불필요한 지연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스분야의 경우, 기술기준의 제ㆍ개정에 가스관련 민간전문기술자집단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사무 수행이 가능했다”며 “기술기준의 제ㆍ개정의 중심적 역할은 이미 민간이 수행해 온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입법계획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법제처는 안전 등의 이유로 예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스분야보다 건축 등 위험도가 낮은 분야에서 우선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기열 경제법제국 법제관은 “기술기준 민간이양과 관련 법제처는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면서 “산자부가 관련 법령을 제출하면 그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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