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환경 CEO 30人에게 묻다] 日 원전사고로 원자력 인식 양극화 심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평가 60점 이하 57%

[이투뉴스] "에너지와 자원, 환경분야는 국가적 책임도 있으나 국민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깨끗하고 편리한 에너지·환경을 요구하면서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은 부족했다. 공익적 성격을 갖는 서비스이긴 하지만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제값을 내고 향유하고, 절약의식도 강화되어야 한다." 한 최고경영자(CEO)가 본지 설문조사 자유의견란에 남긴 쓴소리다.

<이투뉴스>가 창간 4주년을 맞아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국내 에너지·자원·환경 관련 공기업 및 단체의 기관장과 민간기업 CEO 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10명)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이 분야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차세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30%)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아쉽다(20%)는 지적도 뒤를 이었다.

에너지·환경 현안 공론화와 관련, 한 CEO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가로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그 어떤 분야보다 시급하다"고 첨언했고, 또다른 CEO는 "실속없는 녹색정책보다 국민공감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능 누출사태가 이들 오피니언 리더층에 미친 충격파는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응답자의 30%(9명)가 '동(東)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최근 10년간 에너지·환경 분야의 가장 중요한 사건(뉴스)으로 지목했고, 27%는 이번 사고로 '화력발전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10년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43%)가 단연 많았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대한 시각은 양극단으로 더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에너지믹스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7%(8명)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인식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력발전의 장기간(10년 이상) 냉각기'를 예상한 응답도 17%나 됐다. 하지만 '원전 안전강화 이후 다시 르네상스 도래할 것'(20%)이라는 비율도 상당해 대조를 이뤘다.

이와 관련 한 CEO는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일희일비 하지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원자력 정책의 급진선회를 경계했고, 또다른 CEO는 "원자력에 대한 계층간의 대립에 절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원자력 추가계획 중단과 현 수준유지 및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큰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거나 "경

제성 및 효율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환경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야 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상반된 견해를 남기기도 했다.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평점은 대체로 낮았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40점 이하'라고 답한CEO가 7%나 됐고, 낙제점을 면한 수준인 '50~60점'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0%였다. 전체 응답자의 37%(11명)는 C학점에 해당하는 '60~70점'을 줬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녹색경쟁력 수준을 묻는 항목에서도 유사한 평가가 나왔다. 전체 CEO의 47%(14명)가 '미흡'하다고 답했고, '보통'이라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한 CEO는 기타응답란을 통해 "마지못해 흉내만 내거나 시늉만 하는 수준"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정부 주요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항목에서도 시의적·방법론적인 이견이 많았다. 2012년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도입과 관련, '시의적으로 적절하고 합리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0%에 그친 반면 '기업부담을 낮춰주는 방안 강구해야'(30%), '기존 발전차액지원제(FIT) 존속'(17%), 'FIT와 병행하는 시스템 개발 필요'(13%) 순으로 의견이 갈렸다. '방향은 적절하나 시의적으로 이르다'는 응답도 23%였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논의에 대한 시의적 적절성을 묻는 항목에선 '시의적절하다'(43%)란 의

견이 '너무 이르다'(33%)거나 '다소 늦었다'(13%)는 응답을 압도했다. 한 CEO(기관장)는 "에너지문제에 대해 지식경제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점검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며 "신재생에너지도 2030년까지 목표만 설정해놓고 해외수출 등 산업육성 쪽에 더 무게를 두는데 균형있는 보급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향후 20년간 가장 발전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기술)원은 ▶태양광(37%) ▶수소·연료전지(27%) ▶원자력(20%) 순으로, 향후 10년간 유망한 환경기술로는 ▶대기·온실가스 저감 (47%) ▶폐기물·에너지화 (37%) ▶수질·수처리(13%) 등이 꼽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각 분야 <이투뉴스> 출입기자가 추천한 공기업·기관·단체의 CEO나 장(長), 민간기업 CEO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직접 답변할 수 있는 이메일 프로그램을 발송해 이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객관적인 의견수렴을 위해 누가 어떤 문항에 어떻게 답했는지 조사자도 알 수 없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