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부위원장

양춘승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 칼럼] 지난 3월 11일 해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동부 지방의 원전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원자로의 냉각 시스템에 생긴 작은 문제로 곧 해결될 것으로 알았는데 날이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져 4주가 지난 지금은 기준치의 1억 배에 달하는 핵 오염 물질을 바다로 방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핵 재앙이다.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모두 6기로 이루어진 후쿠시마 원전이 진도 9.0의 지진 충격으로 발전이 중단되고 이어 14미터의 쓰나미로 비상발전기의 가동마저 중단되자 원자로 중심 핵반응조(노심이라 함)의 폐열을 냉각하는 기능이 마비되었고 이로 인해 원자로의 온도가 과열되어 노심이 녹고 방사능 물질이 방출되기에 이른 것이다. 원래 발전에 사용된 핵연료는 노심에서 며칠 간 냉각시킨 후 폐열료봉 보관소에서 수년간 냉각을 하여야 안전한 외부 장소로 옮길 수 있는데 그 냉각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이런 엄청난 재앙이 닥치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크게 대두된 이후 한때 원자력은 기후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력있는 대안으로 각광받았으나 이번 일본 사태를 보고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반핵을 주장해온 녹색당이 선거에서 승리하였고 7기의 원전을 즉각 폐쇄하고 나머지 원전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정책을 재확인하였다. 중국도 원전 건설 계획을 축소할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세계의 NGO들도 원전 반대의 기치를 다시 세우고 있고 독일과 대만에서는 수천 내지 수십만의 시민이 반핵 시위를 하였다.
새삼 원전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우리 삶의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서 원전을 완전히 추방하자는 주장은 자가당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일본 핵 재앙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따져보고 싶을 뿐이다.
먼저 우려되는 점은 우리 식탁에 오를 농축수산물의 오염 가능성이다. 방사능 물질은 대부분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미세량이라도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몸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우선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관련 제품의 수입 조건을 강화하거나 수입 자체를 중단시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
둘째는 일본 경제의 추락 가능성이다. 우선 사고의 진원지인 동북부 지방은 상당 기간 유령의 도시가 될 것이고 많은 외국인과 일본의 부자들이 외국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력 부족과 주가 하락 등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가 여기저기 많다. 일본 경제가 추락하면 우리 경제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치밀한 대비가 요구된다. 
셋째는 전력처럼 공공성이 강한 업종의 민영화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토쿄전력의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공공의 편익보다 이윤과 효율을 중시하는 민영화 논리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초기에 과감히 핵발전소를 포기할 각오로 위기 대응 조치를 취했다면 훨씬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핵보유국을 추진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상당한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대외 강경정책을 택할 필요성이 대두되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핵보유국을 꿈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독도 문제에 더 강경해진 일본을 보면서 불현듯 드는 생각이다.
만사 불여튼튼이라 했던가? 강 건너 불구경할 때만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재앙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고 가까운 우리나라는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녕을 확고히 지키는 근본적인 고뇌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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