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덴마크 등 정부가 글로벌기업 성장여건 마련

▲ 호른스 레브 덴마크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dong energy社가 풍력터빈을 설치하고 있다. ⓒdong energy

[이투뉴스] 1991년 덴마크 빈데비(Vindeby) 해상. 독일 엔지니어링업체 지멘스가 만든 450kW급 실증 풍력터빈 11기가 망망대해 위에 차례차례 들어섰다.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후 덴마크의 '바다점령'은 대범해졌다. 2002년 육상에서 17km 떨어진 해상에 2MW급 터빈 80기로 구성된 '호른스 레브(Horns Rev) 1차' 풍력단지(160MW)를 짓더니, 이듬해 2.3MW 터빈 72기로 구성된 '네스티드 풍력단지(165.6MW)'까지 완공했다.

2009년에는 5MW급 3기가 포함된 현존 최대 풍력단지 '호른스 레브 2차' 풍력단지(224.3MW)도 세웠다. 지난해에만 90기의 발전기를 추가로 설치했고, 2013년까지 400MW급 해상풍력단지도 완공할 예정이다.

2050년까지 수요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에로 충당한다는 '석유제로 프로젝트'를 수립한 나라. 세계시장의 5분의 1, 한국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의 80%를 공급한 세계 1위 풍력기업 베스타스(Vestas)를 키운 나라.

고갈 위험이 없는 바람을 무공해 자원으로 쓰고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일군 덴마크의 '풍력사(風力史)'다.

조선·해양분야 세계 1위, '중공업 및 플랜트 강국'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 국내 연안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기는 단 한대도 없다.

두산중공업이 연내 완공을 목표로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 근해에 3MW를, STX가 월령리 근해에 2MW급 터빈을 세우고 실증운전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굳이 비교하면 덴마크보다 20년이 늦다.

물론 포부는 적지 않다. 지난 3MW 국산터빈으로 첫 국제인증을 획득한 두산중공업을 필두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 등 대기업들이 육상풍력에 이어 해상풍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5GW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상태다. "풍력산업의 진짜승부는 '뭍'이 아니라 '바다'에서 갈릴 것"이란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덴마크 컨설팅업체인 BTM社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육·해상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누적용량은 199.5GW이며, 향후 5년간 115GW가 더 설치된다. 1GW급 원자력발전소 314개와 맞먹는 규모다.

특히 해상풍력은 유럽연합(EU) 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9GW의 해상풍력이 가동중인 가운데 이들 지역에서 건설되고 있는 물량만 2.6GW이다.

승인이 떨어진 사업도 23GW에 달한다. 국가별 개발계획은 미국 54GW(2030년), 중국 35GW(2030년), 영국 25GW(2020년), 독일 25GW(2030년) 등으로 왠만한 신흥국가의 원전 및 화력발전 증설계획을 앞지른다.

이런 황금어장을 풍력 선진국이 가만 놔둘리 없다. 이들 국가는 정부나 지방정부가 대단위 단지 개발계획을 수립하면 자국 풍력 터빈업체가 우선적으로 설비를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은 상해 연안에 102MW급 '동하이 브릿지 해상풍력단지(Donghai brigde wind farm)'를 조성하면서 자국기업 시노벨(Sinovel)의 3MW급 터빈을 설치했다. 

중국은 자국에 생산공장을 짓지 않으면 수주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까지 동원해 내수산업을 키워왔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중국은 시노벨을 비롯 골드윈드(Goldwind), 동팡(Dongfang) 등 세계 10대 터빈기업을 3곳이나 보유한 '풍력강국'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우리 정부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짝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 풍력을 제2의 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같은해 11월 서남해 2.5GW 풍력단지 조성계획과 해상풍력추진협의회 구성, 테스트베드 구축 계획 등을 발표하고 정부차원의 마스터플랜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시간이 많지 않다''며 갑갑증을 호소한다. 

단숨에 시장을 잠식해가는 글로벌 풍력기업의 기세와 후발기업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은데 풍력산업의 제도적·정책적 시스템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공통된 지적.

예를 들어 지금도 풍력터빈 하나를 세우려면 산지관리법, 문화재관리법, 자연공원법, 군사시설보호법, 국토개발이용에관한법 등 11개 부처 관련법과 12단계의 인·허가를 거쳐야 한다.

또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를 통해 해상풍력에 평균 이상의 REC를 부여했다지만 현실적인 경제성 분석에 나서면 해상풍력은 여전히 리스크는 높고 기대수익은 크지 않다.

임채환 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풍력발전단지 개발만으로 커다란 수익 창출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선산업이 어떻게 세계적 산업이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장기적 정책방향을 수립하되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기 보다 부품산업 육성과 내실있는 R&D에 투자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의 산업육성 의지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업체의 초기실적(Track Record) 확보를 위해 시장 활성화아 아울러 행정절차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익형 두산중공업 상무는 "국산 터빈의 초기실적 확보를 위해 현재 정부 차원에서 한전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단지 개발이 개발된 제품으로 추진되도록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특히 국내 제품을 설치하려는 민간사업자들에게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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