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예측 실패 '위기관리능력 부재'에 우려 확산
209년부터 겨울철에 전력피크…공급예비력 부족, 대책 시급

[이투뉴스] '9·15 정전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전력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두고 연일 정치권의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는 전력당국의 미숙한 비상사태 대응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8일 발전소 책임운영제 등을 통한 안정적인 설비운영으로 올 여름 전력난을 넘겼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늦더위에 힘없이 무너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지난달 31일 기록한 7219만kW로 공급예비력과 예비율은 각각 544만kW, 7.5%였다. 정전사태를 빚은 지난 15일 최대전력수요는 6728만kW로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전사태까지 간 것은 전력당국이 수요예측에 실패한 탓이 크다. 834만kW 규모의 발전소 23기는 겨울철 전력수급을 대비하기 위해 정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350만kW를 공급하는 양수발전기는 물이 바닥나 가동을 멈췄다.

전력수요 급등으로 예비전력이 급격히 줄자 당황한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은 예고 없이 순환정전에 들어갔다. 예비전력이 148만kW라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실제 예비력은 24만kW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예비전력이 '0'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국적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고비를 넘겼지만 당장 시급한 건 올 겨울 전력수급대책이다. 해가 갈수록 겨울철 난방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력예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수요 가운데 난방수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4.4%로 2004년 17,8%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2009년부터 겨울철과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역전되는 상황을 맞았다.

2008년까지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는 여름철의 99.8% 수준이었다. 최대전력수요는 여름철에 발생한다는 게 정설과도 같았다. 하지만 2009년 109.1%, 지난해 104.7%로 겨울철 최대전력수요가 여름철을 추월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깨졌다.

 

▲ 연도별 최대전력수요(단위:만kw·%, 자료:지식경제부)
지난 겨울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1월17일 기록한 7313만kW로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보다 높았다. 지난해와 2009년에도 12월에 각각 7130만kW, 6679만kW를 기록하며 한 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최대전력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공급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적정수준으로 꼽히는 전력예비율은 15~20%선이지만 최근 3년간 5~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월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했던 17일 당일 예비율은 5.5%(404만kW)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말 수립한 제5차 전력수급계획에 2024년까지 원전 14기, 석탄화력발전소 15기, 가스복합화력발전소 19기, 수력·양수발전소 2기 등 모두 50기의 발전소를 짓는다고 밝혔다. 또 2014년까지 1145만kW 규모의 신규 전력을 확충해 예비율을 14%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문제는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원전 건설에 10년, 석탄화력발전소는 4~6년 정도 걸린다. 주민민원, 부지확보, 환경문제 등 변수도 많아 준공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전력당국은 2015년까지 설비예비율은 3.7~6.6%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전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수요관리 차원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행 중인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보완해 자율절전을 유도하고 비상급전시 수요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전 에너지원 믹스를 통해 공급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전력사용을 부추기는 전기요금의 현실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전기료가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인데다 산업용 교차보조와 경부하 요금제 등의 혜택으로 기업들의  전기 소비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그간 전력공급을 중심으로 짜여진 전력수급정책은 더 많은 발전소 짓기를 요구했지만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해왔다"며 "최대전력수요는 1년 중 불과 며칠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전설비를 무작정 증설하기보다는 피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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