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 칼럼] 지난 12월 남아공의 더반에서 제17차 “UN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가 열렸다. 190여 나라가 모여 2012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하여 논의하였지만 완전한 국제적 합의를 이루는 데는 실패하였고 대신에 이른바 “더반 패키지(Durban Package)”라는 협상 문건을 발표하였다.

더만 패키지는 4개의 합의 문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토의정서 제2차 의무감축기간에 대한 결정문, 장기협력행동(Long-term Coorporative Action, LCA) 합의 내용, 녹색기후기금, 그리고 이른바 ‘더반 플랫폼’이 그것이다. 이들 중 향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더반 플랫폼과 교토의정서 결정문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더반 플랫폼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의정서 혹은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 결과(agreed outcome with legal force)를 2015년까지 도출해내고 각국의 비준을 거쳐 2020년부터 발효하게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토의정서 결정문은 제2차 의무감축기간을 2013년부터 2017년 혹은 2020년까지로 정하여 교토의정서에 의한 감축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천명하고 있다.

언뜻 보면 아주 희망적인 이들 합의 내용은 한 꺼풀 파고 들어가면 완전히 절망적이다. 먼저 더반 플랫폼을 보자. 향후 협상 자체가 원만히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불투명성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202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연기한 셈이다. 특히 세계 최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되어 지구 온난화가 그만큼 더 빨리 진행되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지구 전체적으로 감축해야 할 목표치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그러한 불안은 더욱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토의정서 제2차 감축기간 결정문도 내용이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일본, 캐나다, 러시아가 제2차 의무감축에 동참하지 않기로 한데다가 나머지 국가들의 감축량에 대한 합의도 내년까지 연기되었다. 감축량에 대한 합의는 미룬 반면 탄소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눈에 띤다. CDM 사업에 ‘탄소포집저장(carbon capture & storage, CCS)’을 포함시키고, 제2차 감축에 불참한 일본 등에게도 탄소 시장의 접근을 허용한 점, 그리고 새로운 온실가스로 삼불화질소화물(nitrogen trifluoride, NF₃)을 추가한 점 등이 그렇다. 결국 EU주도로 만들어 낸 이 결정문도 실제 온실가스 감축을 하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형성된 탄소시장의 몰락을 피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더 크게 보인다.

결국 이번 더반 회의는 미국, 중국, 인도, EU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교묘히 봉합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아무도 경제를 희생하면서까지 지구를 지키고 싶지 않은, 그러면서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은 피하고 싶은 강대국들의 야릇한 불륜이 아닌가 싶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이하로 안정화시킨다는 코펜하겐 합의를 지키려면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550ppm 이하로 묶어두어야 하는데 이번 합의문으로 과연 가능할 것인지 심히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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