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 에너지환경경제학박사

허은녕 서울대 교수

[이투뉴스 / 칼럼] 유럽 발 경제위기가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공급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이었기에, 이번 경제위기로 인하여 재생에너지의 수요량이 전세계적으로 급감하는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하여 굵직한 재생에너지 업계들이 파산신청을 내거나 도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온화한 기후를 바탕으로 유럽의 부자들이 별장을 가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이로 인한 수요를 바탕으로 건설업이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었는데, 경제위기로 이런 수요가 급감,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재생에너지시설 수요 역시 건설경기 후퇴와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급격하게 감소하였으며, 이른바 ‘태양광 버블’이 가장 심하게 발생하고야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스페인 뿐 만 아니라 경제위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그나마 국내 재생에너지산업이 튼튼한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조차도 수준은 미약하지만 태양광 버블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이 심각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태양광이 전기를 생산하는데 가장 비싼, 또는 가장 경제성이 안 맞는 재생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태양광 발전단가는 원자력 발전단가의 8배, 화석연료 발전단가의 4배에 달한다. 그러니 단순하게 보아도 현재 전력생산에 드는 돈의 약 3배가 태양광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태양광 설비를 중국이나 몽고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 고용효과나 국내경제 증진효과, 또는 국내산업의 발전에 아무런 기여가 없는 것이다. 즉, 국내에서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보조금이 그대로 외국, 특히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모든 재생에너지원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단가가 이미 화석연료발전단가에 근접한 풍력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문제에서 비켜나가고 있다. 오히려 일부 국가에서는 원자력과 화석연료발전의 대안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서 경제성의 문제가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 역시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거의 7배 성장하였다. 신재생에너지분야 매출액은 2007년 1조2500억원에서 2010년 8조800억원으로 6.5배, 수출액은 2007년 6억2500만달러 (약 7000억원)에서 2010년 45억3500만달러 (약 5조원)로 7.3배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산업화와 연계하여 보급정책을 펼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분야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지원 및 에너지복지 측면에서의 기여도도 높게 평가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매출액과 수출액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국내보급에 사용하는 금액이 수출금액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비용 대부분이 정부의 보조금임을 생각할 때 우리도 스페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11개 분야가 모여 있어 의견통일이 어려운 신재생에너지분야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 사항이 있다. 재생에너지원의 발전단가가 계속, 그리고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국내 생산기반도 미미한데, 국내보급사업은 좀 더 발전단가가 싸지기를 기다렸다 하거나 비싼 돈 들일 거면 국산을 깔면 하는데 그리 안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모두들 궁금해 한다.

진정한 녹색성장과 선진국 수준의 에너지안보 확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 이는 재생에너지산업이 단순조립이 아니라, 고도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에 우리나라로서는 분명 경쟁력의 우위에 설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산업이 신성장동력이 되도록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기술벤처기업 육성과 지원, 인력양성, R&D 등을 총괄적으로 기획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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