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 (Earth Day)’이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대학생 시위가 전 미국을 휩쓸던 1960년대 말 미국 Santa Barbara에서는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이를 본 당시 상원의원이던 Gaylord Nelson이 당시 대학생이던 Denis Hayes를 전국 조직책으로 하여 당시의 반전 열풍을 지구를 지키는 대규모 환경운동 에너지로 전환시킨 것이 바로 1970년 4월 22일 최초의 지구의 날 행사였다. 그날 미국에서는 2천만 명의 각계각층의 미국인이 거리로 나와 환경오염에 반대하고 지구를 살리자는 시위에 참여하였고 그 결과 미국에서는 환경보호청(EPA)이 설립되고, 맑은 공기, 맑은 물, 멸종위기 동식물 등을 지키기 위한 법안들이 제정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지구의 날은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금년은 42주년이 되는 해로 전 세계 175개국에서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다양한 행사를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 절약, 녹색 소비운동, 환경 책 읽기, 원전 반대 시위 등 다양한 행사가 지역마다 있었다.

그런데 왠지 그 많은 행사들을 보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일 년에 한번 만나는 견우직녀가 손 한번 달랑 잡아보고 헤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과연 나는 지구에 대해 뭔가 알고 있기나 한가?
흔히 우리는 지구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지구는 생태계를 품고 있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인간에게 제공하고 있다. 물과 식량을 공급해주고, 밤낮과 계절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몸이 스스로를 조절하게 도와주고, 휴양이나 여행을 통한 문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한 토양의 생성과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게 하여 인간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기반을 유지해주는 기능도 있다. 이처럼 무한한 서비스를 아무 대가 없이 제공하는 지구이기에 자식에 대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우리 어머니에 비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어머니’가 이제는 늙고 병들어 더 이상 사랑을 베풀 힘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은 지구를 위해 해주는 것 없이 계속해서 받고만 싶어 한다. 온실가스 배출은 날로 늘어나 지구온난화는 그 속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전 지구적 대책은 아직도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지만 요즈음 시골에서는 도시 상춘객들이 사유지까지 들어와 몸에 좋다는 산나물의 씨를 말리고 있다.

이제 지구의 날은 어머니에게 사랑을 더 베풀어달라고 떼쓰는 날이어서는 안 된다. 먼저 우리가 죽어가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은 바로 어머니에게 더 이상 뭔가를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한두 개인이 아니라 직업, 지역, 계층, 나이, 국적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하여야 실효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니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어렸을 때부터 교과과정에서 가르치고 이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게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욕심을 줄이고 단순하게 꾸려가는 삶을 일상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지구의 날은 4월 22일이어서는 안 된다. 매일 매일이 바로 지구의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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