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악화로 해외사업도 차질
원가 이하 전기요금 현실화 요구 거세

[이투뉴스] 지난달 초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전력의 자체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A2에서 Baa1으로 두 단계나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지난해 12월 한전의 독자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전 신용등급이 일시적이나마 대한민국보다도 높던 시절이 있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누적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전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위기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나 전기요금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회수율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한전은 사상 최대인 3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계속된 적자로 4년간 누적적자 금액은 8조원에 이른다.

지속적인 투자로 차입금이 크게 늘면서 빚도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한전의 부채는 50조원, 부채비율은 113%였다. 2007년 22조원(49%)에 견줘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발전자회사의 부채를 합산하지 않은 수치가 이 정도다.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2.1을 기록했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이자를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 또 다시 빚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한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요인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다. 지난해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원가회수율은 87.4%에 불과하다. 전기 100원어치를 팔 때마다 12.6원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한전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 최종등급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조달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해외사업도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자체분석 결과 국제신용평가에서 최종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경우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올해 신규 조달분 37억달러 기준으로 조달금리는 0.15%p 정도 올라 금융비용이 연간 6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사업 부문에서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대형프로젝트에 대한 입찰 참가기회도 잡지 못하고 사전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한전은 860MW급 인도네시아 발리 석탄화력발전과 1500MW급 이집트 다이루트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입찰에서 모두 탈락했다. 2년 연속 적자가 결격 사유로 작용한 것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취임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국내사업을 해외사업으로 타개하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전기요금 탓에 이마저도 발목을 잡히고 있는 형국이다.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열린 한전 주주총회에서 4년 연속 배당을 받지 못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앞서 올 초 정부를 상대로 7조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해 8월에는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상대로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회사가 손실을 입었고 이에 따라 주주 이익이 훼손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었다면 적자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부도, 파산까지 고려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며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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