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외부위원 선임권한 보장해야"
전력거래소 "계파 다툼 초래할 것"

[이투뉴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제도의 제·개정과 가격을 결정하는 전력시장 협의체 운영방식의 전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전쪽 발언권을 추가 확보하려는 셈법이 깔려 있어 위원회 운영을 관장하는 전력거래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중순께 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전력시장 위원회 구성·운영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10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방침에 따른 것으로, 당시 권익위는 10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원회 운영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권고했다.

이번에 통과된 안은 전력거래소가 매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규칙개정위원회 및 비용평가위원회와 관련, 외부위원 구성방식과 임기, 정보공개 방식 등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규칙개정위원회에 앞서 한전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전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주로 외부위원 구성과 관련된 것으로 요약된다.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협의체는 위원회별로 2~4명의 외부전문위원을 두고 있다. 규칙개정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이 외부전문위원으로 채워진다.

이해관계가 얽힌 한전과 발전사, 전력거래소, 정부별로 동수 구성된 당연직을 제외하면 나머지 외부위원의 목소리에 따라 안건 심의결과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 운영기관으로서 외부위원 구성시 위원 풀(Pool) 구성 및 선임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전은 이 경우 전력거래소의 독단적 운영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며 풀 구성과 외부위원 선임시 판매사와 발전사 대표가 추천한 인사를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위원 임기도 3년에 1회 연임을 제안한 전력거래소와 달리 2년에 1회 연임으로 제한하고, 소비자 대표도 외부위원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측 위원 참여도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원회 의결 이후 전기위원회 심의와 지경부 장관 승인 절차가 있어 이중감독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전력거래소 안은 규칙개정위원회를 통과해 전기위원회 심의와 지식경제부 장관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한전은 전기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통해 다시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자사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높다. 이마저도 안 되면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한전이 전력시장 의사결정구조를 바꾸려는 데 목을 매는 이유는 전력거래소의 개선안으로는 한전 측 의견 개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본적으로 전력거래소와 외부위원들이 시장주의적 성향을 지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전이 소외된다고 보는 시각이 짙다. 때문에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위원회 내 한전 지분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한전은 최근 발전자회사와의 수익 격차 완화를 위해 동일 투자보수율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전력거래소와 외부위원들의 시각이 호의적이지 않아 안건 상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하나의 사례로 들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전력시장은 민간 발전사가 이득을 보고 한전만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띠고 있다"며 "전력거래소 주도의 의사결정구조로는 공정한 거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한전의 요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외부위원을 시장주의적 성향으로 매도하는 것도 어불성설인데다 한전 주장대로라면 정치권의 계파 다툼 양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각사별로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니 외부위원을 두고 협의하자는 것인데 그런 위원들이 특정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뭣하러 외부위원을 두느냐"고 반문한 뒤 "위원회가 파워게임의 장으로 바뀌게 되면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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