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취약…줄도산 우려 팽배
업계 "민감품목 최대한 양허 유예해야"

[이투뉴스] 한·중 양국이 본격적으로 FTA 협상에 돌입하면서 중전기기 업계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전기기 품목별 기술력 편차가 크고 범용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협정이 발효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으로부터 값싼 중전기기 제품들이 밀려 들어오면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업계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업체마다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 기업들과 합작기업을 설립,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배전용 기기 등 범용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2009년 수출실적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갈수록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수출 증가량이 수입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해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전기기 품목에서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21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수출액은 전년보다 13.4% 증가한 3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입액은 58억5000만달러로 47%나 늘었기 때문이다.

대중국 중전기기 무역적자 규모는 2006년 3억2000만달러에서 2007년 9억2000만달러로 늘었다. 2009년 적자폭이 완화되는 듯하다 2010년 다시 7억3000만달러로 늘어 지난해 21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중전기기 업계는 기술력이 좋은 초고압 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24kV급 이하 저압 범용제품에 미칠 충격파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한국전기산업진흥회를 중심으로 민감품목 선정 작업이 한창이다. 진흥회는 올초부터 업계 영향분석, 대응전략 회의 등을 거쳐 민감품목 선정(안)을 도출해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민감품목 분석기준과 수정 민감품목 선정(안)을 마련함에 따라 업계 의견을 지난 15일까지 받기로 했지만 업계 요청에 따라 기한을 연장했다. 그만큼 민감품목 선정(안) 분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세계 무역수지 규모와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기준으로 도출한 민감품목 양허안을 보면 전체 293개 품목 가운데 정류기, 저압절연전선, 정지형 변환기, 소형전동기 등 15개 품목이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됐다. 직류기, 변압기 등 31개 품목은 고민감 품목, 자동차단기, 개폐기 등 58개 품목은 저민감 품목으로 선정됐다.

초민감 품목은 10년의 양허 유예를, 고민감은 5년, 저민감은 3년 유예 기간을 두게 된다. 그밖에 대중국 무역수지가 흑자이거나 수입규모가 작고, 관세율이 0%인 99개 품목은 관세를 즉시 철폐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 유예 협상전략을 고수하려는 업체들이 이 같은 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설득력 있는 의견을 취합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기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많은 업체가 이 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무조건 10년을 유예 해달라는 업체들이 많은 반면 왜 그래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기산업진흥회는 내달께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15명 안팎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한·중 FTA 대응전략 수립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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