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기반기금 할당 사업예산 '바닥'
비용부담 커 기준 예비전력 하향 추진

[이투뉴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긴급 전력부하 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4일에도 수요조정을 위해 수요자원시장을 열어야 했다.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예비전력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는 올해 들어 10일 동안 28시간에 걸쳐 수요자원시장을 개설했다. 수요자원시장은 전력수요가 급증해 예비전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정시간대 부하 감축량을 입찰받아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130여곳으로 참여율은 평균 40%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전력부하 감축에 동참하려면 피크시간대 조업을 피하는 등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기금에서 kWh당 900~1000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로 예비전력이 500만kW를 밑도는 날이 속출하면서 전력 부하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오기 전부터 부하관리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사업 예산이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다급해진 정부는 부하관리 재원 마련에 부심하는 한편 예비전력 기준을 기존 500만kW에서 450만kW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연초 계획한 전력산업기반기금 2조2000억원 가운데 전력 부하관리 사업 예산으로 666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25억원가량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부하관리 사업에 배 이상의 예산이 소요됐다. 상반기 수요조정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이 2000억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예산 운용의 어려움이 커지자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부하관리 제도 가운데 시행시기가 이르다고 판단되는 다른 사업 예산을 끌어다 쓰거나 예비비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추가예산 편성도 고려 중이다.

현재 시행 중인 부하관리 프로그램으로는 상시 제도인 주간예고 수요조정, 지정기간 수요조정, 수요자원시장과 비상시 운영되는 긴급자율절전, 직접부하제어 등이 있다.

특히 최근 전력수요 급증 현상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주간예고제를, 전력거래소가 수요자원시장을 각각 운영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이른 시기부터 동이 났다.

예비전력이 500만kW 이하일 때 운영되는 주간예고제, 수요자원시장 등은 사전 약정 기업이 전력사용량을 줄이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상금액은 kWh당 600~1000원 수준에서 결정된다.

정부는 현재 예비전력 500만kW 미만으로 설정돼 있는 수요관리 기준이 너무 높게 잡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 시기부터 수요관리에 들어가 비용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또 앞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예산 운용이 더욱 힘겨워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기준을 450만kW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지경부는 50만kW 정도 기준을 낮추면 1000억원대의 예산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업들에 절전을 요구하는 대가로 인센티브를 주는데, 예비전력 기준 500만kW를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며 "이를 400만~450만kW로 낮추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벌어진 9·15 순환정전 사태의 재발을 막고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 기준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기준을 설정할 때는 경제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측면을 고려하게 되는데 지금과 같이 전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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