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이투뉴스 서정수 칼럼] 우리나라 동식물자원의 60% 이상이 전 국토면적의 3.9%(해면적 포함 6.6%)에 해당하는 20개소 국립공원 내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법으로 정한 법정보호종(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동식물)들의 대다수가 국립공원 내에 서식·분포하고 있어 국립공원을 자원의 보고라 일컬을 수 있다.
그뿐인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명산지도 공원 내에 유지되고 있어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지역도 이해관계에 얽히면 가차 없는 해제요구와 뜬구름 없는 개발 압력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다반사다.
몇해 전 공원구역 재조정시에는 지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민원을 빙자하여 대규모 공원구역 해제를 요구하고 나서는 경우도 보았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공원 내 삭도설치 요구도 계속되고 있어 좌불안석이다.
국립공원과 그 속에 삶의 터를 이루고 사는 각종 동식물들은 그 자체만을 위하여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생존을 위한 이기적 발상에 근거한 셈이다.

실제 우리가 약으로 개발하여 얻을 수 있는 원천 대부분이 야생 동식물자원으로부터다.
21세기 질병중 대표적인 암을 퇴치하기 위해 항암제로 개발 보급되고 있는 식물들의 대다수가 국립공원 내에 분포하고 있고 아직도 수없는 종류들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 출처의 원산지가 바로 국립공원이다.

전 세계는 자원전쟁중이다. 자국의 유용한 동식물자원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국립공원 내에서는 풀 한포기 채취도 금하고, 안내원 없이는 공원 탐방도 어렵게 통제하고 있는 현실이 다른 나라들의 국립공원정책이다.
몇해 전 국립공원 입장료제도가 폐지되어 손쉽게 즐겨찾는 우리와 비교해 보면, 우리의 탐방 자세변화도 요구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예에서도 볼 때, 우리가 국립공원을 보존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은 된듯하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내 현존하는 우수한 자연자원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어 다행이다.
대구의 팔공산, 광양의 백운산, 광주의 무등산 등이다. 실제 그 명산들이 국립공원 지정 목적에 부합한지는 차치하고라도, 자원의 보고인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변화는 고무적인 일이아닐 수 없다.
반면, 울릉도 같은 지역은 지역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도 있어 안타깝다.
일본 28, 말레이시아 32, 필리핀 49, 태국 113, 터키 22, 인도네시아 63.
이는 아시아 지역 일부 국가들의 국립공원 보유 숫자이다. 국민소득이 낮아도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국립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용을 극대화 하고, 미래세대의 자연자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서다.

우리나라 자연자원중에서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는 지역이 국립공원이다.
이 마지막 자원의 보루가 무너진다면 21세기 세계 자원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물론 안정된 삶의 방편을 놓칠 공산이 크다.
그래서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하다. 약 30%에 달하는 개인사유지 재산소유권 문제, 각종 개발 압력으로 부터의 절대적 보존 대책 등등.
개소수, 면적이 문제가 아니라 내실 있는 운용을 통해 우리의 고유한 자원을 지킴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양심 있는 이들의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제 휴가철이다. 지금부터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자세가 예전과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국립공원은 순수한 자연이다. 자연은 이념도 이데올로기도 없이 그저 순수히 숨 쉬고 진화할 뿐이다. 남도 아닌 우리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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