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주 서해안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왔다. 어느 곳은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인명이 다치고 적잖은 재산피해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호우에 함박웃음을 짓는 곳도 있다.

전력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식경제부와 ‘녹차라테 강물’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녹조에 시달리던 환경·국토해양부가 바로 그들이다. 수해지역을 의식해 드러내놓진 않았으나 안도의 한숨과 함께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뭄에 비가 왔으면 농업 정책을 책임지는 농림식품부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외견상으로 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환경부와 지경부가 왜 더 좋아했을까?

다 이유가 있다. 폭우로 인해 더위가 한 풀 꺾이면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던 전력당국, 즉 지경부가 블랙아웃 위기를 한시름 덜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역시 4대강 유역에 큰 비가 와 녹조현상이 퇴조하자 보도자료까지 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실제 지경부와 한전 담당자들은 “휴가시즌이 끝나는 상황에서 더위가 이어졌으면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전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비로 인해 더위가 꺾여 냉방수요를 줄이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고백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가뜩이나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녹조류까지 번져 막막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특히 수돗물 안전성까지 확대되는 찰나에 비님(?)이 와줘서 정말 여러 목숨을 구한 셈”이라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미국 역시 가뭄으로 콩과 옥수수 작황이 좋지 않아 세계 곡물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올해 가뭄과 더위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심각했다는 것 까지는 양보할 수 있으나 기상이변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정도 상황에 단순한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전기와 수돗물이 위기상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정책당국이 날씨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전력부족 현상은 형편없는 수요예측과 일관성 없는 전력정책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견해가 많다. 한강·낙동강 등의 녹조사태 역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속전속결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견된 문제였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천수답을 가진 농부처럼 하늘만 바라보는 정부 정책을 과연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 국민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인데 서로 역할이 바뀌었다는 착각마저 불러온다. 

길고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 결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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