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정책 도입 검토 후 2010년 1년 간 시범사업
지난해 대통령 주재 회의서 확정과제 불구 흐지부지


필요성은 공감, 각론에 들어가 유통주체는 입장 팽팽
소비자 위해 조율 나서는 정책당국 집행의지가 관건

[이투뉴스] 지난 7월 18일 사실상 법규에 위반되면서도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려워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레저용 LPG 용기의 안전사용을 유도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식경제부 요청에 의해 개최된 이날 회의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LPG수입사, 기기업계, LPG유통단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레저용’이라는 제한적 주제를 다뤘지만 관련업계는 레저용을 시작으로 일반 소형LPG용기 도입의 가능성을 엿보는 관심이 적지 않았다.

이는 정책당국이 수년 동안 소형LPG용기 보급을 추진, 1년간의 시범사업까지 진행해놓고도 정작 담당자가 바뀌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채 흐지부지한 상태가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에서다.

그만큼 LPG업계에는 등을 돌리는 소비자에게 메리트를 부여하는 새로운 유통수단이 절실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프로판이 서민용 연료라는 말은 이제 낯선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소비자 가격은 연일 여론의 날카로운 질타를 받을 만큼 고공행진 중이고, 유통단계의 마진 또한 지난 10년간 3배 가까이 뛰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용 프로판 수요가 갈수록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또 운반이 용이한 새로운 유통수단으로 대두된 것이 5~10㎏ 소형 LPG용기다.

◆도입 추진배경과 과정
프로판산업은 유통구조와 배달방식의 개선을 이루지 못한데다 수요감소에도 불구 인건비, 용기관리비 상승 등으로 오히려 유통비용이 상승하면서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는 실정이다. 프로판 유통비용의 경우 같은 난방연료인 도시가스와 대비해 약 14배, 등유 보다는 약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체계 개선은 프로판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가 아니라 절대과제인 셈이다. LPG업계도 이를 공감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입장이 달라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한때 유통체계 개선의 일환으로 배송센터 도입 등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사업자별 시각차가 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적인 대책이 요구됐고, 여기서 추진과제로 떠오른 것이 5~10㎏ 소형 LPG용기 직판이다.

소형 LPG용기 직판제가 처음 검토된 것은 2008년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LPG용기공급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경부는 2008년 4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8개월 동안의 연구과제로 ‘LPG 용기공급방법 개선’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여기서 제시된 것이 소비자가 직접 테이크 아웃하는 방식으로, 대형마트 등에서 5~10㎏ 소형 LPG용기를 구매, 운반, 체결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용역에서는 이같은 테이크 아웃 방식을 도입할 경우 가격인하 효과, 소비자선택권 제고, 소비자 주도의 안전관리체제 전환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자가 운반, 체결해주던 용기를 소비자가 직접 수행함으로써 우려되는 안전기능은 원터치식 밸브 장착과 가볍고 잔량 파악이 가능한 가벼운 소재의 복합용기 보급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이렇게 검토된 소형용기는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을 위해 현장의 문제점 파악에 나선다.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1년간 전국적으로 레저용과 주택용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이뤄졌다.

◆전국 시범사업과 현장반응
지경부가 시범사업자 공모에 나서자 전국에서 57명의 사업자가 이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18명의 사업자가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시범사업자는 충전사업자 9명, 판매사업자 9명으로 제주와 울산을 제외한 14개 광역 시·도에 1명 이상이 분포되게 균형과 형평성을 맞추는 세심함을 보였다.

당시 지경부 에너지안전과가 2010년 2월 19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소형용기 직판 시범사업 추진으로 LPG산업발전을 위한 획기적 전환계기를 마련한다”며 공식적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정도로 정책 도입은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 사안은 이미 장관에게 보고된 사안으로 서민 안정책을 최우선한 청와대에까지 보고가 올라갔다.

시범사업이 완료된 후 2011년 2월 24일 지경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최한 소형 LPG용기 직판 관련회의에 따르면 1년간 전개된 시범사업 결과 원터치 연결방식의 용기밸브를 사용해 소비자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확보했으며, 사고의 개연성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가격은 기존 20㎏ 용기와 비교해 10% 이상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형용기 보급수량은 전체 1000개 중 레저용 700개는 100% 보급되고 236개가 재충전과정을 거쳤으며, 주택용은 300개 중 219개가 보급돼 49개가 재충전됐다. 사업자별로는 충전사업자는 499개 중 444개가 보급되고 228개가 재충전됐으며, 판매사업자는 501개 중 434개가 보급되고 59개가 재충전됐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 사용자들은 사용자 과실에 의한 사고 시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소형용기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견이 92%에 달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소형용기 제도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관련법령 개정 후 즉시 시행을 위한 KGS 코드 제·개정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됐다.

특례규정을 제정해 운영했던 원터치방식 제품 및 레저용 프로판 연소기 제조기준 등의 코드화를 비롯해 소형용기 유통을 위한 충전, 판매, 사용시설에 대한 시설·기술기준 등이 대상이다.

◆법제화 추진 및 기본방향
소형 LPG용기 도입의 실무를 맡은 가스안전공사는 2010년 12월 ‘소형용기 직판제도 법제화 기본방향’ 을 보고했다.

여기에는 ▶LPG판매사업을 용기판매사업, 용기 및 벌크로리 판매사업, 소형용기 판매사업 등 3가지로 분류 ▶안전공급계약제 및 공급자 의무규정 적용 제외 ▶고압가스 운반기준 개정을 통한 소비자의 직접 운반 가능 ▶소형용기 판매 및 사용시설에 대한 시설·기술기준 신설 ▶야외용 프로판 연소기 등 가스용품 분류 추가 및 개정 등이 담겨 있다. 소형용기 직판제도의 활성화와 제도 정착을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통령 주재로 2011년 1월 13일 열린 제78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지경부 정책 추진과제로 확정된 다음날인 14일 지경부는 비공개로 분류해 ‘소형 LPG용기 직판제 도입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보고서의 서두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대국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동 제도의 법제화 등 정채과제는 당초 계획대로 일관되게 추진한다’ 며, 시범사업 실시 결과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적시해놓고 있다.

보고서는 또 현안사항별로 세밀한 검토를 마치고, 구체적인 법제화 추진사항을 밝혀놓고 있다.

우선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점에 대한 문호개방과 관련 공공의 안전 확보를 위해 도입 초기에는 충전 및 판매사업자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3년 정도가 지난 후 마트 등 일반 유통점의 진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소형 LPG용기 소유주체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구입·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법령 등에서 제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야외용으로 사용하는 용기에 대해 실내보관을 일부 허용키로 했으며, 주거용 소형용기 보급은 법제화를 통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보급 활성화의 기반을 제공키로 했다.

◆레저용 소형용기 확산과 위법시중에서 유통되는 3~50㎏ LPG용기는 2010년 기준으로 1700만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레저용으로 사용되는 가스 용기는 3㎏ 21만개, 5㎏ 6만개, 10㎏ 7만개 정도로 모두 34만개에 달한다.
이들 레저용 용기에 사용되는 가스는 모두 프로판으로 가스법에 적용을 받는다. 이러다보니 현실적으로 사용자들이 법규를 위반하는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가 됐다. 수많은 사용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사용자가 자동차로 용기를 싣고 다니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다. 운전자 자격이나 동승자 의무조항 등 고압가스 운반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3㎏용기의 경우 이동식 부탄연소기에 프로판이 충전된 용기를 사용하는 위법행위를 초래하고 있으며, 프로판 용기를 실내에 보관하지 못하도록 한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가스를 판매하는 공급자는 6개월에 1회 의무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토록 하고 있으나 고정 수요처가 아니다보니 사실상 공급자 의무규정 준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사용자는 스스로 이런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관련법규나 제도의 개선이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우선 규제 현실화 측면에서 저장능력 13㎏ 이하 용기 운반 시 고압가스운반기준 적용에서 제외토록 하고, 레저용 용기를 사용자가 직접 구입하는 경우 공급자의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동식 부탄연소기에 프로판 용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레저용 용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프로판 연소기를 허용하는 규정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 확보 측면에서 안전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신규제작 용기는 물론 기존의 용기에 원터치방식 커플링밸브 또는 차단기능형밸브를 의무적으로 부착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는
이미 소형 LPG용기 보급이 활성화된 각국의 운용실태는 어떤가.

영국의 LPG유통체계는 생산을 맡는 1차 기지로 부터 배송센터, 용기충전소, 판매점 또는 소매업소, 소비자의 순이다.

18kg 미만 소형용기의 형태나 밸브 종류는 다양하다. 소형용기 형태는 부탄을 사용하는 7kg 및 13kg 실내용 히터와 프로판을 사용하는 6kg 및 11kg의 난방용, 콤포지트 용기로 5kg 및 10kg급인 야외용 등이다. 프로판은 실외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부탄은 실내외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밸브는 프로판의 경우 핸드윌과 원터치 클립 방식을 이용한다.

소비자는 소형용기를 판매점에서 구매하기도 하나, 주로 2만개에 달하는 소형마트, 주유소, 캠핑가든 등 유통점에서 직접 구매한다.

만약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용기 자체가 문제가 되는 사안 이외에 소비자 과실에 의한 책임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귀속된다.

판매사업은 지방정부의 라이선스를 받으면 가능하다. 다만 총 보유용량이 330kg 이상인 경우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 판매사업자는 실외에 시건장치를 해 보관토록 의무화되어 있으며, 특히 유통점은 별도 장부를 두고 소형용기 구매자의 이력을 관리토록 하고 있다.

안전관리자 선임은 충전소 경우 법적 의무이나, 유통점 등은 제한이 없다. 용기 재검사는 제3의 공인전문기관에서 실시하며, 그 주기는 10년이다. 법적 사용연한은 없으나 30년 이상의 용기는 자체 폐기토록 하고 있다.

용기 소유권 및 사후관리책임의 경우 BP 등 사업자는 용기의 투자 및 사후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며, 용기의 소유권도 갖는다. 판매가격은 최초 구입 시 일정액을 예치하고, 그 이후에는 가스가격만을 지불하고 새로운 용기로 교체 구입하게 된다. 소비자 차량 적재, 운반 시 이를 제한하는 별도의 운반기준은 없다.

프랑스의 경우 전반적인 LPG유통체계는 영국과 다르지 않다. 별다른 제약 없이 다양한 채널로 유통이 이뤄지고 있으며 유통 중인 소형용기는 용도 및 용량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대도시는 대부분 PNG를 사용하고 PNG가 보급되지 않는 외곽 지역에서 일부 LPG가 사용된다.

소형용기 유통은 주유소가 접근성 면에서 영국보다 우수해 중심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형 할인매장에서 취급하는 소형용기는 순수 레저용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다만 영국과는 달리 용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책정된 규모의 보증금(6kg 또는 13kg 용기 9유로)을 받고, 용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LPG 자체의 가격은 단일 가격으로 거래된다. 까르푸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2kg 미만의 소형용기를 주로 취급한다.

용기 소유와 관리주체는 가스공급자이고, 소비자 과실에 의한 사고는 사용자 책임이며, 용기 재검사기간은 10년이다.
◆정책 도입 걸림돌 무엇인가
전체 LPG업계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난해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경제대책회의에서도 지경부 정책 추진과제로 확정된 소형 LPG용기 도입이 4년이 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진척되지 못하고 수면 밑에 가라앉은 이유는 뭘까.

총론에는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팽팽하게 맞서는 유통단계 사업자들의 입장차이가 가장 크다. 무엇보다 취급 주체가 누구이냐를 두고 전혀 다른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소형 LPG용기 취급 주체는 당연히 일선 현장에서 용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허가받은 판매사업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LPG판매업계의 주장과 소비자 선택권 및 가격인하를 위해 취급주체의 범위를 충전소나 대형마트 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서로 자기의 이득을 위한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사용여부를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소형용기 주체를 생존권의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LPG판매업계는 2009년 11월 지경부가 시범사업에 앞서 제도 도입의 타당성 및 의견수렴을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서 단상을 점거하며 행사를 중단시킨데 이어 2010년 12월 시범사업 종합평가회의에서도 또 다시 단상을 점검하며 반대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하지만 LPG판매업계라고 모두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갈수록 등을 돌리고 있는 LPG소비자들을 위해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각계마다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제도 개선에 앞장섰던 지경부가 부담을 느끼며 움직임을 조심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전 국민에게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정책 추진의 당위성과 시행을 알리고, 또 불과 1년 전에 청와대에까지 보고됐으면서도 흐지부지되는 정책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경부가 장관에게 올린 보고서에서 명시한 ‘정부 정책에 대한 대국민 신뢰성 제고와 소비자를 위해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명제를 스스로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일각에서 “지경부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업자가 나오는 게 당연하며, 끊임없이 갈등국면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게 바로 정책 당국의 업무가 아닌가.

이를 알면서도 부담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용두사미 격 정책을 펼친다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기대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소형 LPG용기 도입정책과 관련한 정책 실무부서로 그동안 담당과장이 3번이나 바뀐 지경부 에너지안전과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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