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강국 노르웨이와 기술·정보 공유 기회 마련
제주도 등 먼 바다서 활용 가능성 커…선도적 R&D 필요

 

[이투뉴스] "부유식 설비는 해상풍력이 나아갈 미래입니다." 풍력업계의 큰어른이자 선구자로 불리는 이임택<사진>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은 부유식 해상풍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최근 다양한 장점을 바탕으로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부유식 설비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엔지니어링에 25년을 몸담은 그는 한국남부발전 사장을 거쳐 공학한림원 자문단 대표, 한국에너지 포럼 공동대표를 비롯해 국내 각종 에너지 관련 협·단체 대표로 활동하면서 국내 풍력산업을 일궈냈다. 공학자이면서도 현장 경험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그가 부유식 설비에 눈을 돌린 것은 그 자체로 주목할만하다.

세계적으로도 실증 외에 아직 설치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부유식 해상풍력은 바람조건이 좋은 깊은 바다에서 풍력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노르웨이가 가장 앞서있다.

이임택 회장은 "해상 바람 자원이 좋지만 바다가 깊어 일찍부터 부유식 해상풍력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온 노르웨이는 3~4년 전부터 ㎾급 실증을 진행해오다가 최근 ㎿급 설비 실증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정부의 노르웨이 비지니스 사절단에 참가해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시찰했다. 한국기계연구원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한국선급 관계자도 각각 시스템과 인증 분야 개발 차원에서 함께 방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부산대학교에서 지식경제부 R&D 사업의 일환으로 부유식 설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론적인 R&D도 중요하지만 노르웨이와 같이 앞선 기술을 보유한 국가를 방문해 현장을 살피고 배우는 작업도 동반돼야 한다.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노르웨이는 이 분야에서 이미 기술적으로 상당히 진보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번 노르웨이 설비 시찰에는 이임택 회장의 역할이 컸다. 사실 노르웨이 부유식 풍력설비 시찰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노르웨이 당국은 물론 해당 기업, 연구소에서 기술 공개를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동안 착실히 다져온 노르웨이와의 관계를 활용해 정보 공유에 대한 거부감을 잠재웠다.

앞서 풍력산업협회는 지난 5월 해상풍력 강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와 관련 정보 교류를 위한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이노베이션 노르웨이社와 해상풍력발전에 관한 견해와 프로젝트, 정책, 규정 등에 대한 정보 교환에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이때 하콘 노르웨이 왕세가가 직접 참석해 양국 협력을 강조했고, 이 회장이 이를 내세워 설비 시찰의 타당성을 설명해 방문이 이뤄질 수 있었다.

이임택 회장은 "풍력발전은 이미 산업화가 진행돼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경제성이 높지만 육상풍력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부유식 설비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해상풍력이 국가 에너지믹스에 일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노르웨이의 mw급 부유식 풍력설비
우리나라에서 바람자원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진 제주도의 경우 조금만 먼바다로 나가면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져 설치 지역이 제한적이다. 실제로 해상풍력의 에너지믹스 기여도는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부유식 설비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영국은 이미 부유식 설비 개발에 착수했고, 미국도 보스턴 앞바다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본격적인 부유식 설비 R&D에 들어가 도시바와 미쯔비시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민원 발생 '제로'…태풍·지진에도 유연해

국내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KIMS 재료연구소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부유식 풍력발전시스템의 이격거리와 방향 등을 예측하는 '윈드하이드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해상 상황에 따른 발전량을 연구·분석하고 있다.

먼 바다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인근 산이나 바닷가에 들어섰던 기존 육·해상 풍력과 달리 소음과 그림자, 전파방해, 환경문제 등 각종 민원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이 회장이 부유식 풍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태풍과 지진에도 대응이 유연하다.

이 회장은 해상풍력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계통연계에 대해 사업성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상 계통연계 건설비를 정부 보증으로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 받게 하고 이후 수익으로 갚게 하면 된다"면서 "부유식 설비의 도입으로 해상풍력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계통연계 비용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풍력 R&D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미 경제성이 입증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기술개발을 위해 대기업에 R&D 자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들이 각자 포트폴리오에 맞게 자체 투자를 진행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개발과 같이 기업들이 투자할만한 장을 마련하는 작업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또 "우리나라 풍력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산업 구조가 튼튼해야 한다"면서 "국산 부품업체들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스템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산업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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