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줄이고 신재생 늘리는 2030 프로젝트 동일
박근혜 측은 공약 미확정 이유 발표 미뤄

▲ 대선주자 캠프 발표자와 패널들이 에너지-환경정책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미래 한국을 이끌겠다고 나선 18대 대선 후보들은 국내 에너지구조를 수요관리형으로 개편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여·야가 서로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측된 원자력발전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캠프가 공약 미확정을 이유로 발표하지 않아 불발됐다.

26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꼬 회관에서는 본지를 비롯해 환경정책학회, 환경영향평가학회, 기후변화학회 주최로 주요 대선 후보들의 환경·에너지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대선후보별로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에서는 윤성규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이,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김좌관 시민포럼 공동대표가, 무소속 안철수 캠프는 안병옥 환경에너지포럼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에너지 환경분야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여줘다.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캠프에선 앞다퉈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남북관계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환경과 에너지 이슈는 좀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토론회가 개최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근혜 캠프의 윤성규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은 에너지와 환경분야 공약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로 공식 발표를 미뤄 아쉬움을 남겼다. 새누리당은 에너지·환경정책이 다듬어지는대로 박근혜 후보가 직접 이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에너지·환경정책이 거의 비슷한 것은 물론 상당수 안건은 쌍둥이처럼 같았다. 오죽하면 안철수 캠프 안병옥 대표는 “먼저 발표한 김좌관 교수 내용을 보니 후보들 간 단일화보다 내가 먼저 단일화를 요청해야 할 정도로 구상과 방향이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 2030년까지 수요관리 정책강화를 통해 전력수요는 20%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은 20~30%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2030 프로젝트’라는 이름까지 동일했다. 원전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과 함께 고리-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하는데도 양측은 동의했다. 다만 안철수 후보 측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형태의 원전 줄이기는 탈원전 구상에 오히려 저해가 될 수도 있다”며 “차분하게 실행방안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일정부분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 통한 수요관리 찬성 많아
고재경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종관 환경영향평가학회 회장 등이 참석한 패널토론에서는 수요관리와 에너지가격정책, 탄소세 등 에너지세제개편, 에너지-환경 정부조직 개편, 4대강을 비롯한 환경문제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선 에너지세제개편 및 전기요금 관련해 박근혜 후보 측은 “일몰제가 코앞에 닥친 상황이라 교통에너지환경세 연장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에너지 수요절감을 위해선 전기요금을 무조건 싸게 유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등 신재생에너지와 관련 박 후보 측 윤성규 단장은 “RPS는 신재생사업자보다 한전이 우월적 위치인 ‘갑’이 되는 등 근본적으로 제약이 있다”면서 “잘되는 독일과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주가 되는 FIT(발전차액 지원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측은 “가정용 누진제는 여러 가지 사정상 추후 다뤄야 겠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 “탄소세 도입 등 에너지세제개편은 80%가 도로건설에 들어가는 문제를 선결한 후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후보 역시 탄소세 도입 등 에너지세제개편은 안 후보 측과 동일한 시각을 보였으며, 가격은 “2차에너지인 전기가 1차에너지보다 싼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향후에는 물이나 에너지 등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효율혁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환경' 등 정부조직 개편도 거론
에너지·환경분야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개진됐다. 우선 안 캠프는 “이 두 분야 정책 패러다임이 공급에서 수요로 무게중심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하고 “부처간 업무중복이나 영역다툼이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조정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캠프는 “환경+에너지, 국토해양+환경, 지속가능발전부로 통폐합, 환경부로 물분야 통합 등 4가지 방안을 거론하면서도 정부 조직개편은 아직 깊이 있게 논의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결론 도출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박 캠프는 “새정부 출범 후 대폭개편이 이뤄지면 1년은 내부정리에 시간이 가고, 5년 후에는 원위치로 돌아오는 것 같다”면서도 “이원화된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의 물관리 기능을 합치는 방안과 함께 공급중심의 화석에너지 정책에 매달리는 지경부는 그냥 두고 재생에너지와 효율, 절약부문을 떼서 환경부로 통합시키는 방안을 캠프 내부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선캠프 에너지-환경정책 공약]

<문재인 캠프> 탈원전·신재생에너지에 방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가격정책도 전면 재편

김좌관 시민포럼 공동대표
문제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가장 먼저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천명했다.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수명이 다된 원전 역시 가동을 중지하겠다는 것이다. 탈원전으로 부족한 전기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해 채우는 등 ‘생태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론 아직 착공되지 않거나 건설계획만 수립한 신고리 5∼8호기 및 신울진 3, 4호기 건설을 중단하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더불어 고리 1호기 재가동은 물론 월성1호기 수명연장도 중단, 이 두 원전의 안전한 폐기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전기절약 등 에너지절약형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등장했다. 이를 통해 2030년 전력수요를 수요 전망치 대비 20% 감축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탈핵행사에 참여, 서민의 세금으로 대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전해 주는 현 가격정책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원전비중 축소에 따른 대안으론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꼽았다. 신재생 비중을 2030년까지 전력공급의 20%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2030년까지 민간이 함께 200조원을 투자,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전력기술과 IT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동북아 에너지협력을 강화하는 ‘동북아 평화 에너지 네트워크’도 거론했다. 일본 손정의 회장이 내놓은 태양광, 풍력 등의 공동 활용방안인 이른바 ‘손정의 구상’과 비슷한 내용이다.

환경분야에선 우선 국민검증위원회 구성, 4대강을 생태적으로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안전과 같은 예외적인 목적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간척사업을 중단키로 함으로써 갯벌 보호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캠프> 햇빛과 바람으로 건강한 나라
2030 재생에너지 혁명, RPS와 FIT 병행

안병옥 환경에너지포럼 대표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2030 재생에너지 혁명을 통한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는데 최우선 중점을 뒀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RPS 입찰에서 하한 기준가격제를 검토하고 ‘1만 햇빛지붕학교 프로젝트’ 추진도 공약으로 내놨다.

지역주민 이익공유제 시행을 위한 재생에너지재단 설립과 열부문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확대(RHO) 도입도 추진한다. 스마트그리드를 근간으로 하는 분산형 전력공급체계 도입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과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및 에너지협력네트워크 구성도 포함됐다.

신규 원전 건설 및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중단 등 원자력과 화석에너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약속과 함께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문재인 후보와 거의 비슷하다.

에너지 세제와 보조금 개편 및 전기요금체계 개선에 대해선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시간(실시간요금제), 공간(지역별요금제), 수요자별 특징(저압/고압) 등을 감안한 전기요금체계 개선을 추진한다. 난방용 유류세 인하와 유연탄 과세 등 원가와 사회·환경 비용, 해외 에너지 가격 등을 고려한 에너지원별 상대가격 조정 검토안도 마련했다.

환경분야에서는 생태계 보전·복원과 생물 다양성 보호 등을 강조했다. 더불어 지역·권역별 자연생태계총량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핵심보전지역은 일체의 개발행위를 금지하는 등 국토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안 캠프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 환경·에너지협력 확대도 추진,  DMZ 생명평화지대 건설 및 남북 공동관리와 함께 열악한 북한의 환경·에너지 인프라 개선 및 구축 지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채제용 기자 top27@ · 채덕종 기자 ye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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