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노조 "방사능 누적 위험", 건교부 "문제 없는 노선"

 항공유 절감을 위해 대한항공이 북극항로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사측과 조종사노조간의 '우주방사선' 공방이 비화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문제를 제기한 조종사 노조 측은 방사능 노출에 관한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일 건설교통부와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노사협의회를 열어 미주노선 북극항로 운항에 따른 우주방사능 피폭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 측은 북극 항로 운항횟수를 월 1회로 제한하고, 국제선 승무원에 대한 방사능 보호프로그램을 가동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북극항로가 미국연방항공청에서 이미 운항을 허가한 노선인데다 운항시 노출되는 우주방사선도 기존 캄차카항로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제도 마련을 위해 향후 협의해 나간다’는 수준의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형우 대한항공 부장은 "노조측에 북극항로 방사능 대책 프로그램을 협의하기 위한 T/F팀 구성을 제의해 놓은 상태" 라며 "구체적인 안은 팀 구성 이후에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사협의는 중단됐지만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종사 측이 이 문제를 요구안의 하나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사측도 노조의 주장을 무시할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주방사선에 대한 노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현행 노선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히며 사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영 건교부 항공안전팀 주사는 3일 “북극항로 운항과 관련해 대한항공과 이미 7월말 실제 비행을 통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며 “북극항로 1회 운항시 노출되는 우주방사능은 일반항로와 비슷한 0.08밀리시버트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주사는 또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연평균 20밀리시버트 이내의 방사능 노출을 권고하고 있고 EU도 이를 따르고 있다” 며 “북극항로를 운항할 때의 우주방사선은 굉장히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기준을 만들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 측은 건교부의 주장이 단순한 계산에 의한 생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인수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건교부 측의 얘기는 1회 운항에 대한 단순 노출량만은 계산한 것” 이라며 “국제 기준이 일반인의 경우 1밀리시버트이고, 현재 조종사들은 방사능 직업군에 속해 있지도 않은데 이보다 2~3배 초과된 우주방사능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국장은 또 “우리의 요구는 노선 자체에 대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연간단위로 우주방사능 노출량을 누적 관리해 달라는 요구일 뿐” 이라며 “사측이 이를 일부 수용해 실무라인 측에서 북극항로에 대한 관리 매뉴얼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은 현재 승무원 등의 항공종사자를 피폭직업군(방사능)으로 분류에 개별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으며, 연간 6미리시바트를 초과하는 경우 의학적 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우주방사능은 고도, 위도, 노출시간, 태양활동에 따라 측정되는 값이 매번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고도가 6500피트 오를 때 마다 방사능량이 두 배 단위로 증가한다.

 

한양대 방사선안전 신기술연구센터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조종사의 연평균 선량은 2.96밀리시버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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