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드디어 중국이 태양광에 대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중단, 좀비(?) 퇴치작전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 같다. 침몰을 거듭하던 태양광산업이 다시 박차고 올라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대환영할 만한 일이 생겼다”

국내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업체인 썬텍의 파산을 이렇게 비유했다. 여기서 '좀비'란 진즉 쓰러져야 할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며, 전 세계 태양광업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것을 빗댄 말이다.

물꼬는 미국에서 터졌다. 태양광 1위 기업인 선텍이 19일 미국에서 발행한 전환사채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것이다. 중국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썬텍은 한때 주가가 18달러에 육박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썬텍이 전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자 전 세계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어 중국의 태양광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한 발 더 치고 나갔다. 지난 20일 썬텍의 생산 설비가 있는 장쑤성 우시의 인민법원이 채권은행단이 제출한 썬텍의 파산·구조조정 계획안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썬텍의 부채는 22억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썬텍과 함께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의 트리나솔라, 잉리도 지난해에만 각각 2억3000만달러, 4억달러씩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덕택이었다.

중국 태양광 회사들은 정부의 막대한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시설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물량공세와 함께 덤핑전략도 바로 이들의 전매특허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태양광 수요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중국 태양광업체들은 이후에도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갔다. 어쩌면 더 거세게 밀어붙여 다른 태양광기업을 고사시킨 후 승자독식 시대를 열겠다는 얄팍한 계산이었는지 모른다. 역시 여기에도 중국 정부의 뭉칫돈 지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썬텍이 미국에서의 디폴트 선언 이틀 만에 중국 정부가 곧바로 썬텍을 강제 파산시켰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곳곳에서 중국 정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태양광 정책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것도 이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 체제로 바뀐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남은 궁금증은 이제 한가지로 요약된다. 중국 정부가 ‘썬텍만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태양광산업을 버린 것인지’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은 전자에 대한 해석이 우세하다. 너무 곪아터진 썬텍을 단일대상으로 수술대에 올렸을 뿐, 현실적으로 태양광산업 환자 전체를 버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썬텍의 파산은 불리한 시장여건도 작용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무분별한 지원정책은 조그만 종기를 큰 암덩어리로 키우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기술 및 가격경쟁력 확보 보다는 정부를 먼저 쳐다보는 국내 기업도 썬텍이 간 길을 가지 말란 법은 없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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