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까지 국내 수요량 60일치 확보 목표

[이투뉴스] 지난 3일 전북 군산 오식도동 군장국가산업단지내. 시원하게 뻗은 길을 달리다 저 멀리 광물자원공사를 상징하는 오렌지와 붉은색이 어우러진 창고가 보인다. 광물자원공사가 대지면적 4만평, 건축면적 9260평 규모에 특수창고 2개동과 일반창고 2개동으로 세운 비축창고다.

▲ 일반창고 전경


비축창고 입구로 들어서자 널찍한 마당에 수많은 트레이가 행과 열에 맞춰 놓여있다. 광물공사가 비축하고 있는 광물들이다.

 

"광물공사는 6월 현재 크롬, 몰리브덴 등 9광종, 2만5704톤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국내수용량의 19.5일분입니다" 한 관계자가 안경 너머로 예리한 눈빛을 쏘아대며 입매 야무지게 말한다. 김영호 광물자원공사 광물비축팀 팀장이다.

2011년 준공된 군산 비축창고는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해 2007년부터 조달청 이천비축기지를 임차해 희유금속 9종에 대한 비축사업을 하다 광물이 늘어나면서 보관 장소가 협소해져 새롭게 준공, 이전한 곳이다.

특수창고 2개동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변질이 우려되는 희토류 보관을 위한 전용창고로 1년 365일 온도 20도와 습도 50%가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건설됐다. 이곳에는 각 광물을 넣은 드럼통들을 무리지어 2층, 3층으로 쌓고, 그 앞에 각각 광물명과 납품업체, 국가, 계약일시와 실제 입고일시까지 꼼꼼하게 기록한 팻말을 뒀다.

▲ 김영호 광물비축팀 팀장이 탄산세륨을 꺼내보이며 설명 중이다.

 

탄산세륨이라 쓰인 드럼통의 뚜껑을 열자 하얀 가루가 눈에 띠었다. 김 팀장은 "탄산세륨은 반도체와 LCD 연마용 재료로 사용되는 국내 전자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이라며 "국내에서 한해 사용되는 양이 약 1000톤 정도인데 공사는 현재 200톤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걸음 걷자 희토류의 핵심이라는 디스프로슘도 보였다. 디스프로슘은 하이브리드자동차의 핵심인 전기모터용 자석에 쓰이는 광물로, 가장 민감한 희토류다. 180도 이상 되면 자성을 상실한다. 현재 비축창고에는 3톤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4000대 생산물량이다.

김 팀장은 "공무원으로서 광물을 구매한 것은 늘 독배를 들고 있는 기분"이라며 "광물시장은 대표적인 블랙마켓 시장으로 선물공시가 되지 않아 적정한 가격에 구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특수창고에 비축돼 있는 니오븀
 디스프로슘의 사례가 이를 설명한다. 공사는 디스프로슘을 톤당 4억원에 구매했다. 현 시세는 톤당 40억원이며, 최고가일 때는 75억원까지도 올랐다.

구매 담당자는 광물 가격을 예민하게 주시하다가, 적기에 구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장가가 급격히 오를 때 구입하면 언론 및 국회의 지탄을 받기 십상이다. 또 바닥을 치길 기다리다 희토류 비상사태가 터지면 제때 비축량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한다.

▲ 일반창고에 비축돼 있는 티타늄
가격만이 구매의 타이밍을 결정짓는 요소의 전부는 아니다. 광물별 전략적 중요도에 따른 구매우선순위도 설정했다. 산화세륨과 탄산세륨, 산화란탄, 디스프로슘 등의 희토류는 2014년까지 국내수요량의 100일분인 1500톤 확보 목표를 세웠다. 

김 팀장은 "구매 후 보관하는 광물의 '스펙' 유지도 우리의 임무"라고 한다. 온도와 습도 조절로 광물의 변질을 막고, 정기적으로 상태를 체크하는 데 더해 '광물 순환'도 한다.

 

공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기업과 광물 교환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려는 광물과 동일한 비축 광물을 맞바꿔, 비축 광물을 순환하는 것이다. 광물 순환으로 지속적으로 품질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비축 광물량이 느는 만큼 '보관'의 문제도 관심이 커지게 마련이다. 현재 조달청 부지를 임차 받아 지은 군산 비축창고는 서해바다와 맞닿아 대기 중 염분함량이 높아 광물 보관에는 매우 부적합한 환경이다.

공사는 장기적으로 폐갱도를 비축기지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폐갱도는 광물을 캐낸 광산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갖춰, 보관에 용이한 게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 국내에는 1980년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폐광돼 버려진 탄광이 많다.

한편 공사는 2016년까지 총 9광종 60일분인 7만8400톤 보유를 목표로 잡았다. 9광종은 크롬과 몰리브덴, 안티모니, 티타늄, 텅스텐, 니오븀, 셀레늄, 갈륨, 희토류(산화세륨, 탄산세륨, 산화란탄, 디스프로슘) 등이다. 최근에는 연마제, 의료용으로 쓰이는 지르코늄을 추가해 비축광물을 10종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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