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경영난 심화…탈세 방지가 더 시급
에너지세제개편 없이 탄소세 도입은 불합리

[이투뉴스] 탄소세법안이 입법발의된 가운데 주유소 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교통에너지 환경세법에 세목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으로, 가뜩이나 허덕이는 마당에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5일 국회입법예고시스템 홈페이지에는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223건이나 올라왔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발의한 탄소세법은 기존 교통에너지 환경세에 세목을 하나 더 추가한다. 현행 교통에너지 환경세법에 따라 리터당 휘발유 475원, 경유 340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세법안이 통과되면 리터당 휘발유는 6.7원, 경유는 8.2원이 더 추가된다.

이에 대해 주유소 업계는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현재도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이 너무 많으며, 재원 확보를 위해 손쉽게 세원을 늘리기에 앞서 탈세 방지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또 에너지 관련 세제를 단일하게 운영할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는 현재도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은 4~5가지로 너무 많으며, 탄소세가 도입되면 주유소 사업자의 경영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자련 관계자는 "탄소세 도입은 원가 인상요인이 되지만 세액을 전부 판매가 인상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결국 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주유소 사업자들이 이윤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주유소사업자들의 모임인 전국자영주유소연합회는 세수 증대를 위해서라면 탄소세를 신설해 부과할 게 아니라 가짜석유 단속 시스템을 개선해 누수되는 세금을 막는 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자련의 한 관계자는 "일년에 가짜석유 탈세액이 1조5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이라고 하는 데 가짜석유 탈세만 예방해도 세수가 그만큼 증대될 것"이라며 "정부가 현재 법적으로 거둘 수 있는 것은 못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가짜석유 판매마진은 리터당 800원으로, 현실적으로 일반 주유소 판매자들이 가짜석유 판매자들과 정상적으로 경쟁할 수도 없다"며 "선량하게 영업하는 주유소 사업자들이 오히려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유소협회는 에너지세제개편이라는 큰 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에너지세제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탄소세를 현행 교통에너지 환경세에 포함시킨 후 세율 조정을 통해 전체 세액을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탄소세 논의 전에 에너지세제개편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경유는 수송용 연료이며, 필수제인데 과도하게 세금이 높기 때문에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며 "에너지세제개편 없이 탄소세만 도입하는 것은 세금을 늘리려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정치권은 탄소세를 교통에너지 환경세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교통에너지 환경세가 2015년 일몰제로 폐지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회가 전환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현재까지 교통에너지 환경세를 탄소세로 전환하거나 일반세와 목적세로 전환하는 방법이 거론됐으며, 교통에너지 환경세의 지출목록과 비율 조정도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심 의원은 "전환 방법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탄소세법안은 교통에너지 환경세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세목 추가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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