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거리 접속제안에 동부하슬라·삼성물산 울상
송전망 확충 책임 놓고 한전-민자발전 공방

[이투뉴스]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사업자로 확정된 민자 화력발전사들이 인접 송전망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접 계통은 이미 포화 상태라 여유가 없고, 한전이 제시한 접속지점(변전소 등))은 발전소와 너무 멀어 송전선 건설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6일 한전과 전력거래소,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동부발전과 하슬라파워가 강릉시에 건설예정인 2GW급 동부하슬라 1,2호기는 평창군 강원개폐소 접속을 희망했으나 계통에 여유가 없어 이보다 100km 가량 더 먼 가평군 신가평변전소로 송전선을 끌어야 한다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다.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중 발전소 계통연계기준에 의하면 1GW 이상 발전소는 필히 345kV 이상 송전망에 선로를 물려야 한다. 하지만 동부하슬라의 경우 이미 동해지역에 포진한 기존 발전소들이 계통을 점유하고 있어 765kV 신태백이나 강원개폐소 접속도 요원한 상태다.

▲ 강원지역 송전선 현황과 건설 계획 (녹색은 계획선)
발전소를 완공해도 전력을 수송할 방법이 없으니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여 한전 제안대로 신가평까지 200km에 달하는 345kV 송전선을 자비로 깔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와 관련 동부하슬라 측은 과도한 추가 사업비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이에 한전은 신가평보다 가까운 345kV 신영주를 차선책으로 제시했으나 이 역시 100km 가량 송전선 신설이 불가피해 고심하고 있다. 사업비 4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20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다.

삼성물산과 남동발전이 민자를 끌어들여 동해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2GW급 G-프로젝트(석탄화력) 역시 지난 4월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나 송전망 접속여건이 계획보다 악화돼 심기가 편치않다.

이 발전소는 애초 345kV 신양양변전소 연계를 원했지만 이 구간도 계통이 가득차 직선거리로 두배나 먼 강원개폐소로 송전선을 물리는 조건에 전기위원회의 사업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향후 송배전사업자인 한전과 실무절차인 접속협약을 맺을 때 변경사유가 발생할 수 있고, 송전선 건설에 문제가 생겨도 사업지연으로 계획된 일정에 발전소를 준공하지 못할 수 있다. G-프로젝트는 2015년 2월 착공에 들어가 2019년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통영에 건립키로 한 920MW급 통영LNG복합 1호기도 송전망 확보와 송전탑 건설을 우려하는 지역민원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이 사업은 일단 345kV 창원변전소로 송전선을 연결키로 했으나 주민반발이 거센데다 고성군 등 다른 지자체를 가로질러 송전망을 깔아야하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원계획에 포함돼도 송전망에 여유가 없다보니 일부 발전사업자들은 접속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져 다음 전원계획일수록 송전난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자발전사들이 송전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있는 현행 발전소 접속 규정 때문이다.

한전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은 ▶발전사의 희망을 우선 고려하고 ▶최대 송전용량이나 설비용량을 따져 ▶최단거리 변전소(개폐소)에 연결하되 ▶계통의 안정성(포화도)을 고려해 한전과 협의해 접속지점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민자발전사의 발전소 부지는 주변에 345kV 송전선이 있어도 이미 망(網)에 여유가 없거나 차선책으로 접속이 가능한 변전소(개폐소)가 발전소와 너무 멀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이미 계통 여건이 갖춰진 중부·서부·남동발전 등 발전자회사들의 신설 석탄화력과 삼척 동양파워 1,2호기(2GW), 당진 GS EPS 복합 5호기(950MW), 포천 대우복합 1호기 등은 기존 선로를 이용하는데 무리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송전선 조건이 열악한 이들 발전사들은 송전사업자(TO)인 한전이 전력수급난 해소차원에 전향적 자세로 이같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한전은 공익에 맞춰 운영돼야 하는 송전망을 책임진 독점 송·배전사업자로,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시의적절하게 망을 확충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판매부문의 손실을 이유로 이런 과업에 충실하지 못했고,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발전소 증설도 백안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한전은 판매사업자이기도 해서 전력판매는 이익을 추구해야 하지만 송·배전은 공적기능이 최우선돼야 하므로 비용부담을 이유로 발전사업자에 송전선 확보 책임을 모두 전가해선 안된다"면서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면 송전사업권을 내놓는 게 맞다"고 역설했다.

반면 한전은 수익자 부담원칙과 발전사들의 사전 계통연계 여건 검토 미흡을 이유로 원칙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 송변전사업처 관계자는 "접속구간까지 전용선로를 깔아 연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발전사의 책임"이라며 "그걸 해소해준다고 전기요금을 더 걷어 송전선을 깔아준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그 논리라면 송전선이 없는 곳에 발전소를 짓고 그걸 다 한전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냐"면서 "입지여건이 안되는 곳에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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