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개정 방향은 총괄원가제 불구 시장기준요금 준용 강요
연동제 지속 여부, 매출액 기준인 연료비 배부도 의견 갈려


‘총괄원가 끌리지만 요금격차 불가’ 이중목표 충돌

[이투뉴스] 지역난방 열공급 제도개선을 둘러싸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집단에너지업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를 믿고 우선 따라와 달라는 산업부와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라고 외치는 업계가 양보 없이 각자의 주장만 쏟아내고 있다.

업계의 여건을 반영해달라는 개선 건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그 중 일부만 수용하고 큰 틀에서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문제가 없으면 먼저 제도를 운영한 후 추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다보니 업계는 산업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존안을 강행하려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각종 쟁점 현안 수두룩…최종안 미궁
아직 고시 최종안이 나오지 않아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산업부와 업계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조항은 크게 연료비연동제 유지 여부, 고정비 조정시기 명시, 시장기준요금 준용제 불가, 매출액 기준으로 연료비 배부 논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밖에 적정투자보수율을 둘러싸고도 명확하지 않은 것은 물론 너무 낮게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과 함께 사업자간 열거래 활성화를 위해 열거래를 통한 거래금액과 판매량은 사업자 매출 및 판매량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연동제가 유지되는 것인지, 아니면 유명무실한 사문(死文)으로 남을 것인지가 여전히 명확치가 않다. 정부는 수시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료비 변동이 클 경우 언제든 시행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현행과 다를 바가 없는 만큼 연동제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며, 필요하면 절차를 거쳐 신고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는 연료비 조정 40일 전에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선 최소 2달 전에 사업자 조율과 자료준비를 해야 되는 등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자료제출 기한을 20일 전으로 변경하고, 4회 조정방안 역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막판에 양측이 한 걸음씩 양보해 최소한 3월과 9월 두 번은 연료비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정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산업부가 새롭게 도입을 검토하는 시장기준요금(사실상 한국지역난방공사 요금)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특정 사업자의 과도한 요금인상으로 인한 민원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장기준요금을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초 사업허가를 받으면서 한난 요금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지 않았느냐는 ‘원죄론’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업계는 그러나 과거 ‘한난요금 준용’이라는 요금통제 방식을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거부감을 드러내며, 준용 의무조항을 빼거나 사업자 간 편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가 한난 기준으로 설정된 고정비 상한요금 조항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열요금 산정 및 회계기준을 일원화하면서 CHP(열병합발전소)의 전기와 열 생산원가 배분조항도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처음 산업부와 에관공은 매출액을 원칙으로 하되 환산열량기준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조정계수(2.11)에서 발생했다. 업계가 이 계수를 적용할 경우 큰 폭의 열요금 인하요인이 발생한다며 검증을 거쳐 새로운 조정계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산업부는 환산열량기준을 아예 빼 버리고 매출액 단일기준으로 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전기 판매단가(SMP)에 따라 열생산원가가 바뀌는 것은 물론 저가열원까지 판매량에 포함돼 가치배분의 왜곡이 발생한다며 사업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제자리에서 헛걸음만 하는 제도개선
열요금 산정 및 회계기준 고시 개정의 출발은 사실 경영여건이 어려운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진짜 속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시작됐다. 통일된 기준 없이 열요금 산정 및 회계기준을 사업자별로 제각각 적용하다보니 실상을 알기 어려운 만큼 회계기준을 표준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표준화를 하면서 열요금을 기준에 맞게 산정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졌다. 에너지관리공단을 검증기관으로 정해 이를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연간 최대 4번에 달하는 열요금 산정과 검증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을 생각하니 도저히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문제가 유발됐다. 이는 열요금 조정 횟수(연동제)에 손을 대는 계기로 작용했고, 일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또 고정비 상한에서 총괄원가주의로 방향을 수정, 사업자별 총괄원가에 의해 열요금을 산정하려고 보니, 이번에는 신고제가 문제로 대두됐다. 경영여건이 천차만별인 사업자가 총괄원가에 의해 산정한 열요금을 검증까지 거쳐 인상을 신고하면 정부가 받아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총괄원가로 사업자별 요금을 산정하되,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장기준요금 개념을 도입, 이를 모든 사업자가 준용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경영여건에 따라 ±10%의 편차허용’이라는 프라이스-캡이 검토됐으나, 어느 순간 사라졌다(산업부는 내년 정기조정을 통해 ‘총괄원가’ 및 ‘연료비를 제외한 총괄원가’의 실상을 파악, 적절한 수준에서 정한다는 입장).

그러나 많은 사업자들은 산업부가 신고제 하에서의 총괄원가제 적용이라는 원칙을 정했으면서도, 제한된 범위의 요금격차만 인정하겠다는 또 다른 지침을 만들면서 두개의 사안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너무 '요금격차=민원발생'만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럴거면 신고제를 아예 승인제로 바꾸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사실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고정비(연료비를 제외한 총괄원가) 상한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손도 대지 않은 상태다. 단지 연료비 차이로만 사업자간 열요금 최대격차가 10% 수준으로 벌어졌다(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연료비 반영을 찍어 누른 이유도 있으며, 사실 일부 총괄원가도 반영됐다). 2012년부터 한난요금 준용이라는 원칙이 깨지면서 사업자 개별요금제로 전환된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사업자 개별요금제로의 변화에도 불구 중소규모 사업자들의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자, 결국 한난을 기준으로 설정된 고정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민간 표준의 고정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민간사 고정비를 새로 설정하려다 보니 통일된 열요금 산정 및 회계기준이 필요해졌다. 돌고 돌다보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셈이다.

◆원칙없는 땜질식 처방이 문제 키워
집단에너지업계가 이처럼 열요금 제도개선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만큼 현재의 경영여건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이 힘들어진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하는 소규모 아일랜드 사업장을 허가해 준 것이 컸다. 여기에 급작스럽게 치솟은 LNG요금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끊임없이 올랐던 집값 신화가 깨지는 등 부동산경기 침체도 빼놓기 어렵다. 2기 신도시를 비롯해 신규 택지지구 분양이 안되면서 지역난방 포화연도가 한없이 뒤로 밀려버린 것이다. 이는 결국 열요금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존과 신규사업자의 격차를 벌이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책임론도 다양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지역난방공사 요금을 준용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사업자들은 연료비 상승과 부동산경기 침체 등 외부요인을 강조한다. 특히 최적의 사업구조를 확보한 한난을 기준점으로 잡아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CES(구역전기사업)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전기에서는 한전, 열부문은 한난이라는 두 공룡을 상대하다보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미 여러 사업자의 주인이 바뀐 것은 물론 전기직판을 포기한 업체도 부지기수다.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 효율성을 키워가겠다는 정부 계획은 결국 허황된 꿈으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분산형 전원과 에너지관리가 강조되면서 대표적인 분산전원이자 이용효율이 높은 집단에너지가 향후 각광받을 에너지 중 첫 손으로 꼽히고 있다. 침체일로에서 벗어날 절호의 찬스가 온 셈이다. 하지만 제도 미비와 과도한 규제로 아직 돌파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우선 당장 중소규모 사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다 보니 고정비 상한이 걸리고, 이를 총괄원가제로 피해갈려다 보니 과도한 요금상승이 걱정되는 등 흡사 고구마 넝쿨을 걷어올리는 형국이다. 더 이상 흔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확고한 원칙을 먼저 세운 후 사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 가는 지혜를 기대해 본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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