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 서서히 봄의 기운이 한반도에 밀려오고 있다. 물론 아직 한 두 차례 꽃샘추위가 남았겠지만, 이제 그 누구도 봄이 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 역으로 난방에너지 비율이 높은 도시가스사와 지역난방회사의 대목도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판매량의 70%를 차지하는 동절기 동안 국내 에너지 공급사들은 제대로 된 대목장을 느껴보지 못한 채 지나가버렸다고 하소연한다. 지난겨울 가스, 지역난방 등 대부분의 에너지 판매량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 겨울까지 수급을 염려했던 전기조차도 무탈하게 겨울철을 보냈다.

이처럼 동절기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 대해 에너지 공급사들은 날씨 탓을 한다. 올 겨울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난방용 에너지수요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계획대비 판매량이 대부분 10% 이상 줄었다며 한 해 전체의 실적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상청은 올 겨울철(2013년 12월∼2014년 2월) 평균기온은 1.5℃로 평년(0.6℃)보다 0.9℃ 높았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긴 했으나 이상고온까지는 아닌 만큼 에너지 판매량 급감을 모두 날씨 탓으로 돌리기는 개연성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난방도일(옥외기온과 원하는 옥내기온과의 차이에서 비롯한 월간·연간 난방일수) 감소 등 기온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올 겨울 왜 난방에너지 사용이 왜 크게 줄었을까. 이에 대해 한 사업자는 ‘뽁뽁이(단열 에어캡) 효과’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인 난방절감 수치를 계량화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지난겨울 열풍이 불었던 뽁뽁이가 당초 예상보다 난방에너지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뽁뽁이가 인기를 끌면서 문풍지나 방풍비닐 등도 함께 팔려나가는 등 효자노릇을 했다.

실제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에너지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열손실을 막기 위해 뽁뽁이 등 보온재를 설치한 가구가 23.7%로 나타났으며, 특히 서울은 무려 41.8%가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보온재 사용가구 중 뾱뾱이를 사용하는 가구가 63.2%에 이르고 서울의 뾱뾱이 비율은 77.5%로 타 시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초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향후 공급중심의 에너지정책을 ICT를 활용한 에너지수요관리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미 가정 현장에서는 ‘뽁뽁이’라는 단순한 아이템으로 난방에너지 공급회사들을 떨도록 만들고 있다. 거창한 이름과 목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절한 가격정책과 올바른 정보만 주면 에너지절약과 수요관리를 보다 손쉽게 달성 할 수 있다는 교훈을 뽁뽁이가 보여준 셈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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