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GEM, 에너지기업 부정 가격조정 조사 지시
노동당 "에너지 시장화 실패 보여줘"

[이투뉴스] 영국 정부가 전기와 가스 산업의 폭리·담합을 조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이 전력시장 재편의 일부 모델로 보고 있는 현지 에너지산업이 격동에 휘말리게 됐다.

일각에선 발전소 신축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정전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BBC>와 <더 텔레그레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가스전력시장국(이하 Ofgem)은 이들 에너지기업이 전기료와 가스료를 부당하게 높은 수준으로 올렸다고 보고 최고 감시기구인 경쟁시장국(CMA)에 폭리 혐의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조사는 내달부터 착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현지 에너지기업인 센트리카사(社)의 샘 래이드로 CEO는 "이번 조사가 신규 발전소 건설 지연과전력 부족 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JP모건 시큐리티의 에드먼드 레이드 애널리스트도 "이번 조사는 영국 에너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잠재적으로는 투자를 억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015년 5월 총선거와 함께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Ofgem의 더모 놀랜 국장은 "에너지 요금은 지난 몇년간 너무 많이 올랐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효과적인 경쟁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CMA의 조사가 사실상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CMA는 6개 에너지 대기업들의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SSE와 스카치 파워, 센트리카, RWE NPower, E.On, EDF에너지 등 6개 기업은 영국 에너지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센트리카의 경우 발전사업과 가정용 에너지 공급사업을 분리하도록 요구받을 수 있다. 래이드로 CEO는 "에너지 산업의 고객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이미 에너지 업계의 경쟁은 치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불확실성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규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을 계획 중인 센트리카는 CMA가 발전사업을 매각시킬 수도 있어 향후 2년간 투자 결정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래이드로 CEO는 "정전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드 데이비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래이드로 CEO가 완전히 잘못 알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향후 15년간 발전소 신설 계약이 14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Ofgem은 에너지 회사들이 도매가가 올랐을 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요금을 재빠르게 올렸다고 밝혔다. 도매가가 떨어지면 요금도 줄였으나 가격 변화 시기 동안 암묵적 가격 담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Ofgem은 회사들이 지난 3년간 효율을 증진시키지 않았음에도 수익을 4배 이상 불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영화전부터 전기회사를 바꾸지 않은 오랜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리버룸 캐피탈사의 피터 애더톤 박사는 "Ofgem이 제시한 증거들은 빈약하다"며 "정치계와 미디어의 압력을 받아 무언가 하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Ofgem 이번 조치가 스스로의 신용을 훼손시키고 영국의 경제 규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부족비상 우려도 제기돼
영국은 현재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존 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다. 13GW에 달하는 석탄화력발전소들은 2019년까지 폐쇄될 예정이다. 지난 15개월 동안 8.2GW의 발전소들이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발전소에 더 많은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노동당은 내년 중반에 치러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전기료를 동결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Ofgem은 영국의 전력  예비율이 2016년과 2018년 사이에 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에는 18%였다.

이와 관련 또다른 에너지기업인 SSE사는 Ofgem이 조사를 착수하기 전 소매와 도매시장을 분리하고 2016년 1월까지 전기와 가스 요금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회사는 500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해상풍력 발전소 개발을 보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연례 운영 경비를 1억파운드까지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BBC>에 따르면, 이번 가격 동결은 노동당의 에너지 정책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아울러 SSE의 가격 동결 발표는 경쟁 업체에 가격 동결 압력을 줄 것으로 관측됐다.

발전사들의 수익 챙기기에 대한 비판은 생계비에 대한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캐머런 정부는 최근 소비자들이 에너지 공급사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의 캐롤린 플린트 의원은 "CMA의 보고서는 에너지 시장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영국 당국은 휘발유 판매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으나 업체간 경쟁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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