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화석에너지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겠느냐. 신재생에너지는 그런 점에서 우리 후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육상풍력 규제개선 정책토론회에서 남기웅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울분을 토했다. 환경당국과 시민단체가 국토의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선 육상풍력에 대한 규제가 일부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반격은 즉시 이어졌다. 윤용희 환경부 사무관은 “환경보전을 목재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우리에게 주는 포괄적인 기능과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환경을 지키는 것 역시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난해부터 점차 강화로 치닫고 있는 규제로 인해 육상풍력이 더디게 진행되자 청와대에선 박근혜 대통령까진 나서 실질적인 규제완화를 지시했다. 현장에 있던 산림청장은 즉각적인 규제개선을 약속했고, 풍력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점차 그 방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풍력발전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육상풍력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비슷한 내용의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으로 슬그머니 명칭만 바꿨다. 아직 풀어줄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게 풍력업계 평가다.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입만 열면 우리나라가 원자력과 화력발전에 에너지를 의존할 것이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산업부의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의지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환경보전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주장하면서도 육상풍력은 반대하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일부 언론도 여기에 한 몫을 했다. ‘백두대간에 풍력발전 묻지마 개발’, ‘백두대간 정상에 대형 풍력발전’ 등의 제목을 동원, 풍력발전이 백두대간을 헤치는 주범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현재 환경규제로 발목이 잡혀있는 풍력사업 중 법률서 정한 백두대간보호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몇몇 후보지의 경우 생태우수지역에 위치해 사업허가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프로젝트는 이미 송전탑이 지나고 있거나, 임도 등 개발이 진행된 산지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결과적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한 풍력발전이 환경보전을 헤치는 주범으로 오인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 와중에 최근 환경부는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성 확보를 위해 산업부에 FIT(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요청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되지만, 네가 하는 것은 안된다”는 전형적인 부처이기주의로 볼 수 있다. 환경보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지향점이 동일하다. 환경부와 시민단체가 이제 해법을 내놔야 할 차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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