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공정률 99.97% 사실상 완공…마지막 관문은 불신 해소

▲ 경주 방폐장 하역동굴 내부

[이투뉴스] “있는 그대로, 보신 그대로만 써주십시오.”

지난 26일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하역동굴. 깔끔하게 포장된 콘크리트 바닥을 따라 곧게 뻗은 레일과 천정 조명이 개통을 앞둔 거대 철도터널을 연상케 했다. 월성원전이 내려다보이는 지상 입구에서 기울기 10도의 가파른 운영동굴을 따라 차량으로 2km를 이동해 하역동굴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분. 연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용승인이 떨어지면 각 원전과 연구시설 등에 임시 보관된 방폐물이 같은 길을 따라 이곳으로 반입돼 사일로(처분고)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해수면보다 100m 낮은 곳에 건설된 하역동굴은 1~6번까지 일련번호가 매겨진 각 사일로와 누운 ‘王’자(字) 형태로 분기돼 있다. 추락사고 방지용 안전펜스로 바짝 다가서 1번 사일로를 들여다봤지만 해저 -130m 지점의 바닥은 싱크홀처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지름 30m, 깊이 50m에 달하는 거대 사일로 상부엔 이미 처분용기 하역을 위한 트롤리(크레인)가 설치돼 시운전이 한창이다. 

처분용기를 실은 트럭이 분기동굴로 진입하면,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트롤리가 용기를 크레인에 매달고 돌아가 사일로 바닥부터 차곡차곡 방폐물을 쌓게 된다. 200리터 드럼 16개를 담는 처분용기는 두께 10c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한 번 더 방폐물을 외부와 차폐하는 역할을 겸한다. 사일로당 저장용량은 1만6700드럼, 1단계 동굴처분장의 전체 저장능력은 10만200드럼이다.(사일로 6기×1만6700) 최기용 원자력환경공단 구조부지실장은 “1m 두께의 콘크리트 사일로는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 3번 사일로 바닥에서 돔 상부를 바라본 모습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7개월만에 다시 찾은 경주 방폐장은 사실상 모든 건설공정을 마무리 한 채 규제기관의 사용전검사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명을 밝힌 채 콘크리트 타설과 배선작업으로 어수선하던 현장은 언제 그랬다는 듯 대낮처럼 밝고 고요했다. 7개월전 공정률은 97.00%, 지난달말 기준 공정률은 99.97%다. 공정률 계상 주기가 한달임을 감안하면 이날 기준 공정률은 사실상 100%라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반입된 방폐물을 보관했다가 검사하는 지상지원시설은 이미 2010년 완공돼 3300여 드럼을 수용한 상태다.

각 원전과 산업체, 병원 등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폐물은 드럼당 63만75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이곳 처분장에 반입된다. 수수료의 75%는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시 몫으로, 나머지 25%는 원자력환경공단의 방폐물 관리사업비로 쓰인다. 지금까지 처분장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순수공사비 약 6500억원(기자재비 제외), 경주시 유치지원금 3000억원 등을 포함해 1조5000억원이다. 공단은 12만5000드럼 규모의 2단계 지상 천층처분장을 건설하기 위해 현재 지역주민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1단계 동굴처분장 공사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용전검사는 전체 26개 항목중 22개 항목이 마무리된 가운데 현재 나머지 4개 항목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규제당국의 심사기간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늦어도 향후 3개월 이내 나머지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공단은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3일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을 변경해 사업기간을 6개월 연장한 것은 일각의 주장처럼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규제기관의 인허가 기간을 추가 확보하는 행정적 조치라는 게 공단의 해명이다.

▲ 방폐장 지하 처분장 모형. 6기의 원통형 구조물이 사일로다.

앞서 환경운동연합 등은 애초부터 방폐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은 곳에 처분장을 건설하다보니 보강공사로 네 차례나 준공이 연기됐고,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흐르는 현 부지는 향후 사일로 침수에 따른 방사능 누출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명석 공단 안전운영본부장은 "2008년 착공 이후 71개월만에 공사를 마무리 한 셈인데, 이는 스웨덴 방폐장 공정률 진행 속도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면서 "지하 난공사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처음부터 공사기간을 충분히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 일각의 방사능 누출 우려와 관련, "사일로 주변에 지하수가 있어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보강공사를 했고, 방폐물 처분이 끝나면 (사일로)빈 공간을 쇄석으로 채운 뒤 입구를 콘크리트로 봉인해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에 방사능 누출 우려는 없다"면서 "미래 세대의 부담인 방폐물을 가장 안전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 환경단체와 우리의 최종 목표점은 같다"고 말했다.

중·저준위 방폐물 보관을 위해 동굴처분장을 건설한 나라는 스웨덴과 핀란드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 세번째다. 이곳에 묻히는 방폐물은 원전 정비과정에 사용된 작업복이나 장갑, 부품을 비롯해 연구실과 병원  주사기 등이 대부분이다. 이 처분장 부지를 마련하고 건설하는데 꼬박 20년이 걸렸다. 정작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에 무대책으로 쌓여가고 있다. 불신과 갈등사이에 원자력이 설 땅은 좁아 보인다. 

<경주=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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