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요령부리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 지름길은 없습니다. 바른길로 갑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 홍삼제품 CF에서 배우 안성기 씨는 특유의 담백한 목소리로 홍삼을 만드는 해당 기업의 철학을 소개한다. 좋은 홍삼을 만드는데 있어 지름길은 없으며, 바른 길로 가겠다는 메시지다.

느닷없이 홍삼제품 CF 카피를 들먹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홍삼’과 ‘어떤 것’이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지역난방 열요금제도’다. 매년 반복되는 열요금 조정 공방을 지켜보면서 해법이 무엇일까 고민이 컸다. 그 해답을 저 CF에서 본 것이다.

국내 열요금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독점하던 사업에서 민간회사 진입으로 구조가 바뀐 이후 곳곳에서 원성만 자자하다. 이유는 뻔하다. 달라진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 유물을 아직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집단에너지사업자가 한난요금을 준용할 때는 한난 한 곳만 다잡으면 됐다. 인상요인을 어떠한 절차를 거쳐 언제 올릴 것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관심은 요금을 조정할 경우 정치적으로 말썽 없이 지나갈 수 있겠느냐가 가장 큰 포인트였다. 이 감각을 발휘, 한난만 윽박지르면 요즘 개그프로 유행어처럼 ‘끝’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좋은 시절이 계속될 수 없다. 한난 열요금을 준용해서는 버틸 수 없게 된 민간사업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결국 집단행동으로 이어졌고, 2012년 CES업체를 필두로 대전 및 인천권 지역난방업체까지 독자요금체계로 전환됐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산업부가 열요금 제도개선을 들고 나왔다. 열요금 조정을 위해선 먼저 사업자들의 실상을 알아야 하는 만큼 열요금 산정기준을 통일하고 검증하는 내용의 고시개정을 추진하면서다. 원칙과 명확한 근거가 없더라도 필요에 따라 시장기준요금 등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왔다. 법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고 하위규정을 만들어 가야 함에도 우선 빠르고, 편한 방식을 택했다.

결국 멀리가지 못했다. 갑자기 규제개혁의 광풍이 불어 닥치자 ‘규제강화’ 성격이 강한 열요금 고시개정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브레이크가 완전히 먹히지도 않았다. 고시를 못하는 대신 에너지관리공단과 사업자 간 자율협약이라는 미명 아래 열요금 검증제도를 도입했다.

이 난리를 폈는데도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다. 연료비 변동요인을 반영하고 검증까지 받은 후 요금조정을 요청했지만 반은 협박, 반은 설득하는 형태로 산업부는 여전히 버틴다. 신고제와 연동제라는 법과 규정을 제쳐둔 채 사실상의 탈법적인 요금개입이 매년 반복되면서 상처는 갈수록 곪아가고 있다.

이유가 분명하듯 답도 명백하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문제가 있으면 제도개선을 해 나가는 것. 언제까지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지름길은 없다. 바른길로 가야만 꼬일 데로 꼬여 있는 열요금제도를 다시 세울 수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