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에 태양광·열 설치…1년 에너지비용 4500만원 절감
광해공단 본격 '주민밀착사업' 추진…지역주민들 적극 호응

▲ 강원도 태백시 수아밭길로 '미래코 제로에너지마을' 전경. 광해관리공단은 이 마을의 43가구와 마을회관 2개소에 태양광 92kw, 태양열 270㎡의 설비가 마련됐으며, 연간 최대 4700만원의 에너지비용 절감을 이뤘다.

[이투뉴스] "아 좋지요. 뜨신물 펑펑 나오고, 전기세도 줄어들잖아요. 요즘 마을회관에 동네주민들이 모이면 다들 태양광, 태양열 설치 잘했다 말해요"
 
지난 22일 강원도 태백시 수아밭길로에서 만난 지역 주민 이명순 씨는 기분 좋게 웃었다. 이곳은 한국광해관리공단(이사장 권혁인)이 폐광지역 진흥사업의 일환으로 '미래코 제로에너지마을 조성사업'을 완료한 곳이다.

◆폐광지역진흥사업, 대규모 리조트 사업서 지역밀착사업으로 '진화'
공단은 그간 폐광지역지역진흥사업을 추진해 왔다. 석탄산업이 축소되며 석탄생산을 기반으로 했던 폐광지역의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인구 감소로 지역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며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이에 1995년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고, 공단은 1단계로 강원랜드, 문경레저타운 등 자회사를 만들어 지역활성화를 이끌었다.

박창원 지역사업팀 과장은 "1단계 사업을 마무리 하며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지역 세수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외부 관광객이 증가한 점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효과적이라 평가됐지만, 카지노나 골프장, 콘도, 리조트 등 대부분 관광산업에 치중돼 지역주민들이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됐습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2단계에서는 지역밀착사업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미래코 제로에너지마을은 그 첫작품 입니다"고 지역진흥사업이 시즌2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1단계가 마무리되며 폐광지역진흥지구인 강원도 태백시, 삼척시, 정선군, 영월군, 경상북도 문경시, 충청남도 보령시, 전라남도 화순군 7곳 모두에 대규모 리조트 건설이 완료됐고, 수익금이 발생하게 됐다. 이를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기로 했다.

▲ 태양광과 태양열 설비가 나란히 설치된 한 주택 외관.
◆43가구, 마을회관 2곳 설치…년간 최대 4500만원 에너지비용 절감
공단은 주민밀착사업을 계획하며 정부 정책과도 방향성을 맞추기로 했다. 박 과장은 "정부 추진 사업을 모조리 취합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발견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가 보조금을 줄 정도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며, 폐광지역 주민의 에너지 복지와도 맞닿아 좋은 아이템이라 채택했습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태백시에 저소득층이 다수 거주지역이며, 과거 탄광촌으로 선정을 의뢰해 수아밭길로로 최종 결정했다. 이 마을은 1990년대 초반에 폐광된 한성탄광 사택촌으로 주민중 20%는 과거 광산근로자들이며, 상당수가 노부부 거주 주택이다. 도시가스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난방연료로 연탄과 등유, 심야전기를 사용하며 높은 에너지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공단은 지난해 10월 이 지역에 태양광, 태양열 등 2종의 신재생에너지원을 동시에 투입하는 에너지원 간 융합사업 첫삽을 떠 이달 초 시공을 마무리했다.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 43가구와 마을회관 2개소에 태양광 92kW, 태양열 270㎡의 설비가 마련됐으며, 연간 최대 4500만원의 에너지비용 절감은 물론 연간 34톤의 온실가스를 줄일수 있게 됐다.전체 사업비 5억2800만원 가운데 2억8600만원을 공단이 투입하고, 나머지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금을 받았다. 주민 부담은 제로다.

박 과장은 "에너지수요조사를 통해 사용량의 70%에 맞춰 태양광과 태양열 설비를 구축했습니다. 사용량이 적고, 일조량이 높은 낮에 과잉생산되면 계량기가 역으로 돌았다가 사용량이 생산량보다 많은 저녁시간 그양만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43가구와 2개 마을회관의 년간 온수와 전기비용 절감액이 4500만원 가량 됩니다"라며 긍지를 나타냈다.

▲ 난방연료로 연탄을 사용해왔던 한 가정집. 창고 가득 연탄이 들었지만 더이상 필요없게 됐다. 이제부터는 새로 설치한 태양광 설비가 생산한 온수와 태양열 설비가 생산한 전력을 사용한다.

◆주민들의 높은 호응…주민밀착사업 추진에 가속도
설치를 마친 후 마을에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관을 해친다, 마당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설치를 반대했다가 후회하는 주민들도 속속 나타났다. 마을주민 이명순 씨는 "겨울 난방비 걱정이 줄어든 게 가장 좋다"며 "신청기회를 놓친 할멈들이 부럽다고 난리"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는데 지출이 감소된다니 잘 했다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단은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자 추가 마을 조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차 제로에너지마을로 문경과 계약을 마치고, 정부 보조금도 타냈다. 문경 역시 과거 탄광촌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머지 폐광지역인 정선, 영월, 삼척, 보령, 화순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주민밀착사업은 제로에너지마을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단은 이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작했지만 벌써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해 본격적인 추진을 준비 중이다. 박 과장은 "대표적인 탄광지역인 철암역에 벽화마을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무너진 벽을 보수하고 그 자리에 그림을 그려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게 하려합니다. 관광객이 늘면 그 수익으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됩니다. 철암역은 올해말 준공하고, 나머지 6개 폐광지역은 전부 내년에 동시 진행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외에도 폐교를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도 있다. 폐광지역은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해 폐교가 꽤 많다. 또 LH와 공동으로 임대주택사업을 벌이기 위해 펀드매칭을 마치고, 7개 폐광지역을 대상으로 수요조사 중이다. 폐광지역은 소외지역 임대주택사업 추진에서도 '소외'됐다. LH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비수익성 사업을 정리하는 가운데 폐광지역이 일순위로 꼽혔기 때문이다. 공단이 LH와 손을 잡게된 배경이다.

제로에너지마을을 바라보며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폐광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진행해 가겠다"고 말하는 박 과장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태백=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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