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무려 8년이 걸렸다. 가로림 조력발전소 얘기다. 2006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시작된 지 무산에 이르기까지 정확히 8년이 지났다. 2010년 이뤄진 발전사업 허가를 기준으로도 만 5년을 끌다 가로림만의 거센 물살에 결국 떠내려갔다.

가로림 조력은 2010년 우여곡절 끝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냈고, 산업부와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합의하면서 한때 탄력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곧 거센 주민반대에 직면하게 되면서 풍랑 속에 휩싸였다. 물론 반대파보다 훨씬 많은 찬성론자를 내세워 전세 역전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된 후였다.

핵심쟁점이었던 환경영향평가서 역시 공식적으로는 2차례 제출됐다. 하지만 보완요구 등을 포함하면 모두 5번이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다. 1차에서 퇴짜를 맞은 이후 다시 2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초, 사업자인 가로림조력발전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한다. 평가서는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관계기관이 접수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반년이 훌쩍 지났다. 또다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찬반 주민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지자체 중에선 태안군은 찬성, 서산시는 반대 분위기가 우세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환경평가 이전부터 산업부는 수용론이, 환경부는 불가 입장으로 기울었다. 결국 칼자루를 쥔 환경부는 얼마전 평가서를 최종 반려했다. 공유수면매립 허가시한이 곧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길었던 가로림조력 사업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당일 육상풍력의 입지규제를 일부 완화한다는 내용을 동시에 발표했다. 첨예한 관심을 끌었던 신재생에너지의 양대 쟁점 중 조력은 불가, 풍력은 일부허용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물론 산업부와 사전협의를 통해 결정했겠지만 ‘나눠먹기’ 혹은 ‘물타기 시도’로 충분히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가로림조력을 추진하는 것이 옳은지, 후세를 위해 천혜의 경관을 훼손하지 않은 채 물려줘야 할지 정답은 없다. 이번 결과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리지만 패배(?)한 곳조차도 어느정도 예감한 상태였다. 관련 지자체 및 전문기관 다수에서 반대가 많았던 정황을 감안하면 환경부의 결정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동안의 결정과정을 보면 과연 정부가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수긍하기 어렵다. 낙제점을 넘어 볼썽사나울 정도였다는 평가도 많다.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 등 중앙 정부는 물론 충청남도를 비롯해 태안군과 서산시 등 지자체 모두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했다. 분위기가 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하면 그쪽으로 쏠렸고, 반대 목소리가 크다 싶으면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가로림조력이 8년여를 끌어오면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만 반대와 찬성으로 갈려 엄청난 속앓이를 했다. 초기 가벼운 의견차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의 골은 더욱 커졌다. 정부가 빠른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민동의와 같은 절차를 집어 넣어 사업자와 해당 지역에 공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됐다고 행정의 끝이 아니다. 이제 곪을 데로 곪아버린 찬반주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 주민들이 생업 현장에서 예전의 정겨운 이웃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지자체, 사업자가 함께 나서야 한다. 또 그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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