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스복합·열병합발전 시장 놓고 지멘스·GE·미쓰비시 각축
두산중공업 低價로 틈새시장 공략…가스터빈 국산화 R&D 시급

  "치열한 발전효율 경쟁…메이저社 테스트베드 역할도"

▲ 가스복합발전소 간 효율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국내 발전시장이 세계적인 가스터빈 제조업체의 신제품 시연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사진은 가스터빈 그래픽이미지)

[이투뉴스] 국내 전력시장이 소위 ‘급전지시’를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면서 LNG발전소 간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입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가스복합발전시장은 세계적인 가스터빈 및 발전기 제조업체들의 각축장을 넘어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는 평이다.

매년 수 건의 LNG복합발전 신·증설로 인해 꾸준하게 시장이 형성되는데다 발전효율 경쟁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LNG복합 및 열병합발전소의 효율도 초기 45∼50%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 초반 55% 내외를 거쳐 최근엔 60%까지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스복합발전소 증설과 효율 상승으로 가스터빈 및 발전주기기 가격도 매년 치솟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수천억원이 외국기업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은 물론 유지보수비용 역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오래전부터 숙원으로 꼽히던 가스터빈의 기술자립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일부 대기업과 정부까지 수차례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한 R&D를 다짐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스터빈을 필두로 한 국내 발전주기기 시장흐름과 함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알아본다.

◆가스복합 폭발적 증가로 호황 누려
국내 가스복합발전은 하절기 피크부하를 커버하는 용도로 도입되기 시작됐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수력 등이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에어컨 사용 등으로 인한 하절기 전력피크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LNG발전소를 지은 셈이다. 흔히 말하는 첨두부하 및 백업(Back-Up, 원자력이나 석탄발전 고장 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기발전소)용으로 불렸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전체 발전소 중 20% 내외를 차지했던 LNG발전의 설비비중은 국내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설비용량도 매년 증가해왔다. 특히 2008년 이후 심야전력 등 전기난방기가 크게 늘어 피크수요 역시 동·하절기 구분이 없어지는 등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LNG발전소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여기에 2000년 이후 민자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한 것은 물론 CES(구역전기사업)를 포함한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소가 늘면서 LNG발전소 신증설은 다시 한 번 전기를 맞았다. 가스복합발전이 첨두부하용을 뛰어 넘어 중간부하까지 담당하는 필수 발전소로 부상한 것이다.

▲ 국내 복합발전 설비용량 추이

실제 열병합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LNG복합(일부 스팀터빈발전소 포함) 설비용량은 2002년 10GW를 최초로 넘어선 이후 2004년에는 12.4GW, 2008년 15GW 수준까지 서서히 증가했다. 이후 난방용 수요 증가 등으로 증가폭이 더욱 커져 2010년 18GW, 2012년에는 20GW를 넘어섰다.

특히 2012년 전력위기 발생으로 전력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LNG복합발전 건설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민자발전 및 열병합발전소 신설이 크게 늘면서 2년 만에 무려 10GW에 달하는 설비가 새로 진입, 지난해 12월 기준 30GW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뛰어 올랐다.

전체 발전설비 중 LNG발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1년부터 2008년까지는 20∼21%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기저전력 부족과 난방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23∼24%대까지 올랐고,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32%까지 치솟았다. 전체 발전소 3곳 중 한 곳은 LNG복합이 차지한 셈이다.

◆효율경쟁으로 메이저 최신제품 각축장으로
LNG발전소 신설로 인한 가스터빈 발주가 이어지면서 그 혜택은 고스란히 외국 메이저사로 돌아갔다. 또 매년 5곳 이상의 신규 발전소가 지어지면서 국내 LNG발전 주기기 시장은 메이저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세계적으로 가스터빈을 중심으로 한 발전주기기 시장은 원천기술을 확보한 3∼4개 업체가 주름잡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알스톰(ABB) 인수)을 비롯해 독일의 지멘스(웨스팅하우스 화력발전부문 인수),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히타치와 합병 후 MHPS로 사명 변경)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발빠른 선행 연구와 경쟁력 있는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전 세계 발전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국내 수주실적을 보면 1980∼90년대에 지어진 초기 LNG발전소는 GE가 7E 및 7F 모델을 바탕으로 앞서가는 모양새였다. 지금은 찾기 어려운 ABB 제품도 간간히 들여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지멘스가 5000F, MHI가 M501G 모델 등을 들여오면서 본격적인 3각 경쟁체제로 전개됐다.

이 사이 발전효율(가스터빈+스팀터빈)도 크게 올라 1세대의 45∼50%에서 5%포인트 이상 높은 55∼58% 수준(2세대급으로 통칭)으로 개선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화성 및 파주발전소 등에 설치된 G클래스(미쓰비시), GS EPS의 당진 1∼2호기에 설치된 F클래스(지멘스) 등으로 불리던 모델이 당시 제품들이다.

▲ 가스터빈 모델 및 효율 변천사

LNG복합은 가스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발전효율이 얼마냐에 따라 발전경제성을 좌우한다. 특히 국내 전력시장의 경우 전력수요에 맞춰 효율이 높은 발전소부터 가동명령(급전지시)이 내려오기 때문에 효율이 곧 발전소의 경쟁력이자 수익까지 결정하는 구조가 됐다.

결국 이같은 요인으로 국내 발전사가 주기기 선정에 있어 발전효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면서 고효율의 가스터빈군 신제품이 대거 들여오는 계기가 됐다. 심지어 같은 회사라도 증설되는 호기별로 조금이라도 효율이 높은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가스복합발전의 대형화도 효율 및 메이저 간 경쟁을 유도하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발전용량이 클수록 효율이 올라가는 특성으로 인해 최초 400∼500MW급에서 700MW급으로, 다시 800∼900MW급으로 복합발전의 용량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업운전에 들어간 울산복합 4호기의 경우  표준원전(1GW)에 맞먹는 950MW급으로 지어졌다.

2010년 이후에는 효율경쟁이 더욱 격화, 발전효율이 60%가 넘는 ‘H클래스(지멘스)’와 ‘J클래스(미쓰비시)’가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실험실에 있던 모델이 최초로 우리나라부터 깔리기 시작한 셈이다. 이 여파로 2012년 이후 준공된 거의 모든 복합화력은 H 및 J클래스 모델이 양분했다. 이들 가스터빈군은 1600℃가 넘는 고온의 가스를 분사함과 동시에 효율적인 쿨링(냉각)시스템을 적용, 오랜 시간 벽으로 여겨졌던 60%의 효율을 넘어섰다.

여기에 그동안 잠잠했던 GE가 최근 GS파워의 안양열병합발전소 개체공사(940MW)를 따내면서 경쟁구도를 과거 3파전으로 되돌렸다. GE는 이번에 가스터빈 41.4% 등 종합효율이 무려 61%를 넘어서는 신모델(7HA02)을 들여와 경쟁사를 제쳤다. 사이트 조건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지멘스 H클래스와 미쓰비시 J클래스보다 효율이 약간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 ge 가스터빈 완제품.

미쓰비시의 라이선스 제품(M501GAC, G클래스 성능개선)을 들여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종열병합부터 서울복합, 동탄2열병합까지 연이어 수주에 성공한 두산중공업도 가스터빈 수주전에 가세했다. 원천기술이 없어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과 낮은 유지보수 비용 등을 어필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전언이다.

◆효율경쟁 어디까지…갈 길 먼 국산화
이제 가스복합발전의 효율경쟁이 60∼61%를 넘어 어디까지 전개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신소재 및 신기술 적용을 통한 가스터빈의 한계가 어디인지도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발전시스템 효율개선은 스팀터빈보다 가스터빈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65%(가스터빈 기준 45%)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 성숙도가 올라가 시간이 갈수록 효율을 1%포인트 올리는 것마저 힘들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시기는 4세대 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초반쯤 달성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가스터빈 기술발전과 효율개선의 한계는 결국 시장이 정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발전효율 개선은 필연적으로 비용증가와 대형화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효율개선 수치와 맞먹는 수준의 가스터빈 가격상승은 시장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제유가 변화에 따른 가스가격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새로 도입되는 가스터빈 주요 신기술(지멘스 sgt6-8000h 기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스터빈의 국산화 여부도 관심거리다. 매년 외산 발전주기기(가스터빈, 증기터빈, 배열회수보일러, 발전시스템 등 건설비의 50% 수준) 도입으로 수천억원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향후 가스복합 가동률이 낮아지더라도 신·증설과 개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유지보수 분야까지 감안할 경우 빠른 기술자립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산업부는 가스터빈 기술개발과 시장창출을 위해 지난해 두산중공업과 발전5사를 주축으로 하는 ‘가스터빈 R&D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도 했다. 컨트롤타워는 산·학·연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며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한다. 모두 3000여억원이 투입되는 발전용 250㎿급 가스터빈 국산화 과제 역시 두산중공업이 2018년 개발을 목표로 수행 중이다. 이밖에 일부 대기업도 가스터빈 R&D 투자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관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기초 및 소재과학, 에너지역학, 기계설계 분야에서 선발업체와 격차가 커 가스터빈 국산화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가스터빈이 터빈발전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온에 버틸 수 있는 내열합금 등 부품을 비롯해 열 및 공기역학, 냉각 및 공조시스템, 코팅기술 등 첨단기술이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기술 전문가는 이와 관련 “세계시장에 통하는 대형 가스터빈을 개발하려면 조(兆)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의 지원과 특정기업에만 이를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어렵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 발전업계가 함께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개발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지멘스 독일공장에서 가스터빈을 조립하는 모습.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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